둔덕 대밭골, 15일부터 시내버스 첫 운행
80대 노파 "오래 사니 버스 들어오는 것도 본다"감격

버스다. 거제 버스역사 50년 만에 둔덕면 대밭골(죽전마을)에 시내버스가 들어왔다.

지난 15일 오전 10시께, 상·하죽전 주민들은 신설된 ‘상죽전(가칭)’ 버스정류장에 술과 고기, 떡, 과일 등으로 푸짐하게 상을 차리고, 풍물놀이패를 불러 한껏 잔치분위기를 돋우며 버스의 등장을 기다렸다.

주민 30여명을 비롯해 둔덕면 주민센터 직원들과 버스회사 관계자, 이웃 주민 등 50여명이 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으며, 특히 80~90세 마을 최고령 노인들도 여지없이 참석해 시내버스 통행이 이 마을의 오랜 바람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산방에서 출발한 버스가 10시 40분께 모습을 보이자 주민들은 두 손 들고 맞이했다. 10여 분간 버스가 머무는 동안 주민들은 풍물패를 따라 춤을 추거나, 버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등 기쁜 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버스가 출발할 땐 미리 준비했던 차비 1100원을 내고 가장 가까운 ‘죽전’ 정류장까지 직접 타보는 주민들도 있었다.

이 마을에 첫 버스를 몰고 온 운전기사 이승일(43·세일교통)씨는 “버스 다닌다고 잔치까지 벌이는 모습은 난생 처음”이라며 신기해하면서도 “그동안 어르신들이 먼 길 걸어와 버스 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제는 어르신들의 발을 대신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성금맹(85) 할머니는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가려해도 지팡이 짚고 먼 길을 걸어 가야해 고생이 심했다”며 “오래 사니까 마을에 버스가 들어오는 것도 보게 돼 매우 감격스럽다”고 기뻐했다.

최탁수(56) 죽전이장은 시내버스가 마을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이장은 “대밭골은 장갓재, 답답굴재, 해미당재, 소량재 등과 접해있어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번화한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대중교통으로부터 소외돼 오지로 전락했다”며 “시내버스로 인해 교통이 편리해지면 인구 유출이 줄고, 고향을 찾는 사람이 늘어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죽전은 48가구에 110명이 사는 작은 마을로 그동안 버스가 다니지 않아 멀리는 3km거리의 죽전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했고, 더구나 버스 이용객 대부분이 병원을 오가는 노인들이어서 그 불편함이 더 컸었기 때문에 시내버스 통행은 주민들의 1호 숙원사업이었다.

이에 거제시와 지역 버스회사 세일교통과 삼화여객은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5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버스 노선이 신설된 것은 아니며 기존 노선에 상·하죽전 2개의 정류장을 추가해 하루 2회 이 곳을 지나게 된다. 오전에는 산방에서 출발한 44-4번 버스가 10시 40분께 이곳을 지나 11시 40분에 고현터미널에 도착하고, 오후에는 고현에서 출발한 41-4번 버스가 5시 5분에 상·하죽전에 도착, 종착점인 옥동으로 향한다.

주민들은 “버스의 운행횟수가 턱없이 모자라지만 앞으로 차차 늘여가도록 할 것이며, 지금은 버스가 다닌다는 그 의미 자체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입 모아 말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