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4·11 총선이 끝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얼마 전 19대 국회도 문을 연 마당에 “무슨 선거 타령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 2년에 한 번씩 우리 동네 선량(選良)들끼리 벌이는 ‘감투싸움’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타이틀 매치’는 오는 7월 초 있을 ‘제6대 거제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 의원들 입장에선 남은 임기 동안의 ‘의정 주도권’과 사실상 다음 지방선거 향배까지 가늠하는 중대사(重大事)인 셈이다.

그러니 다들 겉으론 담담한 척해도 속은 복잡다단(複雜多端) 그 자체일 터. 당적(黨籍)과 개인적 친소관계, 당락에 따른 이해득실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최상의 조합’을 만들어 내려는 물밑 작업이 벌써부터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의회 안팎에서 들릴 정도다.

이번 의장단 선거는 여러 면에서 눈길을 잡는다. 달라진 선거방식(‘교황선출식’→입후보 등록 및 중복 출마 금지)이 적용되는 첫 ‘원 구성’ 사례로 기록될 테고, 지역구 국회의원(무소속)과 시장(새누리당)이 ‘한 집안 식구’가 아닌 상황에서 치러지는 첫 번째 의장단 선거이기도 하다. 더구나 특정 정당이 과반 의석에서 밀린 ‘여소야대’ 정국이란 점도 무척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러한 의회 안팎의 상당한 여건 변화에도 불구하고, 선거 행태는 전과 다름없이 흘러갈 거란 우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의장단 선거에 출마할 뜻을 둔 모 의원조차 “뽑는 방식만 바뀌었을 뿐, 물밑에선 ‘짝짓기’, ‘합종연횡’ 등 예전 모습이 그대로 되풀이 되고 있다”고 혀를 찬다.

말이 좋아 ‘러닝메이트’(Running Mate·두 관직을 동시에 뽑는 선거제도에서 아래 관직의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를 일컫는 말)지 사실상 담합(談合)이나 일종의 ‘딜’(거래)이라고 불러도 이상할 게 없을 지경인 거다. 화합은커녕 ‘나눠먹기’ 형태로 쪼개져 의원들 사이에 되레 반목만 커지는 후유증이 염려되는 건 이런 까닭에서다.

이른바 ‘주류’와 ‘비주류’간 대립각으로 원 구성 파행을 빚어 한 달이나 공전(空轉)을 거듭하다 가까스로 문을 연 5대 의회 후반기 사태가 대표적이다. 의장 선거에 나섰다 떨어진 뒤 부의장 선거에 다시 도전하는 경우처럼 이번부턴 중복 출마가 아예 불가능 해 예전보다 ‘판’을 짜는 데 더 공을 들여야 하는 것도 순탄한 선거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욕심 없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만은 표를 얻어 뽑힌 선출직 공직자인 걸 자랑스레 여기는 의원이라면 감투를 앞에 두고선 사심(私心)아닌 공심(公心)으로 접근해야 마땅하다. 선공후사(先公後私)는 입으로 떠드는 게 아니라 이럴 때 몸소 실천하라고 있는 거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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