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살다보면 이런저런 기념일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그 기념일의 의미를 자신들의 입장에 맞춰서 생각하고 해석하면서 접근하게 된다. 초파일 연등을 달기 위해서 오신 보살님들과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5월은 가정의 달로서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은 있는데, 가정을 이루는 핵심적 주체인 부부에게도 기념이 될 수 있는 날이 필요하여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하였다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5월 21일로 정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해석이 절묘하여 재미가 있었다. 21일은 둘(2)이 하나(1)되는 날이라는 것이다. 남편과 아나래는 각자의 개체에서 부부라는 하나로 결합된 개체로 전환되는 의미가 강조되는 기념일인 것이다. 부부는 각자가 다른 하나인 상태에서 결혼이라는 만남으로,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닌 새로운 하나가 되는 것을 알게 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래서 결혼을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했다. 사람과 사람이 약속하고 선택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결혼이 가장 큰 일이라는 소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여하튼, 진심으로 둘이 하나 되어 행복해야 할 부부생활이 현대사회에서는 잘못된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것을 볼 때, 이런 기념일을 통해서라도 그 참뜻을 되새겨 볼 필요가 강하게 요청된다.

상업주의적인 느낌을 강하게 주는 ‘발렌타인데이’라든지 ‘빼빼로데이’ 같은 기념일은 우리들에게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어쩌면 소모적이면서 소비적인 느낌을 주면서 더러는 피하고 싶은 기념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한 ‘부부의날’은 일년에 한 번만 기념일로 정할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부부의날’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초에는 모두가 하나였다, 그 하나가 그 어떠한 이유로 분리되면서, ‘존재’라는 개체가 나타나게 된다. 그 존재물들은 독립된 개체로서 또 다른 개체들과 일정한 관계를 이루면서 세상을 만든다. 이 세상을 진화론적으로 판단을 하거나 창조론적으로 판단을 하거나 관계없이, 분리된 존재들이 모여서 계속적인 분리와 분단을 일으키면서 사회라는 환경을 형성하게 된다. 그렇게 분리된 존재들은 서로(相) 마주(對)하면서, ‘나’와 ‘너’를 나누는 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상대세계라고 말한다.

상대세계에서는 존재하는 모든 개체들은 각자가 가지는 고유의 가치와 역할을 가지게 된다. 제각각의 존재물들은 분리되어 구조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 가치는 일정하게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사회적 가치와 결합을 시도하면서, 스스로의 가치를 확대하여 진화시키려고 한다. 그 결합의 형태와 방식에 대하여서도 논란이 많겠지만, 대체로 물리적인 결합과 화학적인 결합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물리적인 결합은 상당히 형식적이거나 부분적이면서도 상대적인 형태의 모습으로 느껴진다. 반면에 화학적인 결합은 내용적이며, 전체적이면서도 절대적인 느낌을 준다. 개체와 개체간에 혹은 조직과 조직간에 화학적인 결합은 서로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공동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소통과 화합의 가치로 전환시키면서 완전한 결합의 모습을 갖게 된다.

좋은 그림을 감상하다보면, 그 그림 속에 있는 점 하나 혹은 선 하나가 그 그림을 훌륭하고 아름답게 한다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때로는 점 하나 때문에 그 그림이 흉하게 보일 경우도 있다. 점이나 선으로 이루어지는 그림의 세계에서는 점 하나 혹은 선 하나가 그 그림을 훌륭하게 할 수도 있고, 흉측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점과 선들이 훌륭해지지 않으면 결코 훌륭한 그림도 그려지지도 않을 것이며, 그 그림의 가치와 마찬가지로 점과 선의 가치도 훌륭해질 수가 없다.

신랑과 각시가 만나서 이루어진 부부라는 사회도 서로가 갖고 있는 가치를 고집하지 않고 사랑으로써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될 것이다. 혼인 신고하고 한 집에서 살아가는 물리적인 결합만으로는 행복한 삶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화합하는 부부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하게 보인다.

우리는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그 관계 속에는 일정하게 흐름이 형성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흐름 속에서 세력이 생겨나고, 그 세력은 우열이 나타나면서 서열화하는 권력관계를 만든다. 지극히 평등해야 할 부부관계에서도 서로 주도권을 가지려고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은 소통할 줄 모르는 소인배로 보인다. 구조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은 주도권 싸움으로 상대를 이기기보다는 상대의 부족한 단점에 대하여는 이해와 격려를, 상대의 훌륭한 장점에 대하여는 칭찬과 존경을, 자신의 단점에 대하여는 미안함과 염치를, 자신의 장점에 대하여는 겸손함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니라 하나가 되어, 산술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두개보다 훨씬 더 큰 하나를 만드는 위대함을 가질 수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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