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붐이 도처에서 일고 있다. 민간사업은 차치하고 거제시가 추진하는 굵직한 사업들도 ‘개발’이 전제다. 그런데 문제가 없지 않다. 과연 그 개발은, 개발대상지역에서 주민들의 여론이 수렴됐느냐다. 단순히 그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의미의 주민여론만이 아니다. ‘사유지’란 개념을 생각해야 된다는 얘기다.

최근 몇 가지 현안들을 예로 들어보자. 시의회에서 보고된 명품길 관련 용역보고에서다. 바람의언덕 등산로, 서이말 탐방로, 충무공 만나러 가는 길 개설 계획들이 보고됐다. 이 자리에서 박장섭 시의원은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사안을 짚어냈다. 계획은 좋은데, 그 계획이 입안되는 부지의 소유주들과는 협의가 됐느냐고 말이다. 소유주와 협의가 막히면 좋은 계획 세워봤자 헛물만 켤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거제시 관계자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밑그림부터 먼저 나와줘야 협의를 할 수 있다는 답변이었다. 어찌보면 올바른 답변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명품길 계획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거창하게 큰 틀을 짰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보상협의’에서 막혀버리는 일들이 너무도 비일비재했다.

도로개설부터 대형개발사업까지, 행정이 주도하는 모든 사업에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걸림돌이 되버리고 말았다는데서 문제는 양산된다. 기자가 여러 지역현안사업들을 되짚어봐도, 꼭 문제가 되는게 보상과 관련한 ‘협의난망’이었던걸로 기억된다.

공익의 요소가 가미됐다 해서 쉽게 치부할 일이 아니다. 관(官)이 주도하는 사업에서 해당 사유지들은 감정평가를 거치게 되고, 협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강제수용이란 강수(?)로도 쉽게 이어지는 게 거제 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 아니던가. ‘선공후사’의 원칙이 여기서 적용되면 곤란한 일이다.

시의회에서 논란이 됐던 장승포호국평화공원 추진도 그렇다.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호국평화공원 예상부지에 얽히는 지주만 100여명에 가깝단다. 등기부등본을 떼보지 않는 이상 정확한 수치는 몰라도 지역에 정통한 주민의 얘기이니 적잖은 인원이다.

거제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개발공권력’으로 폄하되지 않으려면 해당지역 주민, 더 깊숙히는 ‘지주’들과의 원만한 협의도 필수적으로 병행돼야만 한다. 취지를 이해시키고 적정선의 협상결과를 예측하고 실현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계획 세우고 국비와 도비 등 예산까지 받아놓고, 보상협의에 발목 잡힐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럴려면, 계획수립 시기부터 해당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할 일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