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중심에서 즐거운 나들이를 주도해야 할 이는 대개 남성 가장이다. 그런데 요즘 거제 곳곳에서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은 ‘어깨가 축 처져 있는 가장’의 서글픈 모습이 연상돼 안쓰럽다.

우울한 소식은 한 둘이 아니다. 국도14호선 대체우회도로 1공구(아주~일운) 공사를 맡던 풍림산업이 지난 2일 최종부도를 겪게 됐고, 공사 진척이 불투명하다. 공사는 일단 차치하자. 의욕적으로 일하던 직원들은 그 심경이 어떨까. 어쩔 도리 없는 해고를 걱정하는 현장직원들도 상당수일테니 말이다. 그들도 한 가정의 가장일텐데.

사곡 STX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빚어진 시행대행사의 채무문제도 심각한 지경으로 알려지고 있다. 적잖은 채권자들이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한다. 채무를 변제받지 못해 사업까지 접어야 한데다 궁지에 내몰린 한 채권자가 극히 나쁜 상황에 처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이 얘기를 필자에게 전한 다른 채권자는 일상이 망가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가장 노릇은 고사하고 제 한 몸 건사하기가 너무도 벅차다는 것이다.

환상의 섬으로 불리는 ‘외도’에서도 적잖은 근로자들이 비관하고 있다. 기본적인 근로기준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읍소하며 노조까지 꾸렸다. 섬이라는 특수성과 나름의 회사 입장은 있겠지만, 조율이 쉽지 않은 듯 보인다. 환상의 섬이란 빛 이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셈이다. 어찌됐든 노사 양측의 전향적인 교섭과 원만한 합의가 시급하다.

거제면 골프장 공사현장에서도 시행사와 시공사의 대립이 나타났다. 지난해 통화했었던 현장 소장에게 전화를 거니, 벌써 소장직을 사직했단다. “저한테까지 전화하신 걸 보니, 그 쪽 사정이 나쁘긴 나쁜 모양”이라고 씁쓸해한다. 가장의 한숨이 수화기 너머로 느껴진다. 이 곳 역시 시행사와 시공사의 타협이 시급한 것은 불문가지다.

지역사회 갈등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가정의 달, 가장들의 처진 어깨가 거제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나타나는 현상을 ‘강 건너 불 구경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당사자 문제로 치부해서도 안된다. 시민들의 삶에도 크든 작든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가장들의 어깨가 쭉 펴지길 소망한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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