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파트 공사가 시작될 때만 해도 주민들 반응은 이처럼 격하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가 마을 발전을 견인할 거란 데는 주민들도 이견이 없었다. 다만 기존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이 없고, 안전하게 공사해달라는 기본적 바람뿐이었다.

그런데 공사초기부터 비산먼지와 소음, 진동으로 마을 전체가 몸살을 앓게 하더니 옹벽을 십 수 미터 쌓아 두동하늘의 절반을 가려버렸다. 잘 쌓아진 것도 아니었다. 비가 오면 토사가 넘쳐 민가를 덮쳤고, 최근엔 가장 높은 부분의 하단에 균열이 생기면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지난 23일에는 옹벽 시공사측 대표가 두동주민을 불러 모아 균열에 대해 설명했다. 금이 간 블록은 옹벽의 외벽일 뿐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또 옹벽 높이에 대해서는 김해의 한 공장에서도 이만한 높이의 옹벽을 쌓았으니 안전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자와는 상관없이 산도 무너지고 옹벽도 무너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옹벽으로 인한 불안감과 시각적 압박감 때문에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시공사는 못 알아듣는 건지 ‘척’하는 건지 옹벽의 안전에 대해서만 답하고 있다. 시청도 애초 주민 의견 수렴 후에 옹벽을 허가했다며 명분을 찾고 있지만 주민들의 눈과 귀를 속여 아무도 모르게 진행됐던 일이다.

그러나 시와 시공사가 아무리 덮으려 해도 이제는 아파트 입주예정자들까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어 더 큰 문제로 번져나갈 조짐이 보인다. 균열 발생 보도 이후 영진자이온 입주예정자 카페에서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댓글이 수십여 개 달렸으며 안전한 보금자리를 위해 국토해양부, 경남도청 등 상위기간에 조사를 맡겨야 한다는 등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상처가 크면 치료도 어렵다. 당초 주민들 의견을 수렴해 옹벽을 낮췄더라면 사등면에 쾌적한 주거단지가 탄생됐을 터인데 안타깝기 짝이 없다. 영리목적의 시공사의 태도는 차치하고라도 시청만큼은 지금의 오류를 바로 잡아 불미스런 오해를 해소하고 신뢰회복에 힘써야 할 것이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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