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남연극제 3관왕 등극 '기염'

신·구 조화된 팀워크와 내공이 비결

거제 연극단 ‘예도’가 제대로 사고 쳤다.
지난달 23일부터 14일간 경남 함안에서 펼쳐진 제30회 경남연극제에서 창작극 ‘선녀씨 이야기’를 공연한 예도는 연출상(이삼우)과 연기대상(고현주), 그리고 최고 영예인 대상까지 안으며 3관왕을 휩쓸었다. 최근 6년간 예도가 이 무대에서 휩쓴 대상만 벌써 4번째. 이번 계기로 명실 공히 경남 최고 연극단에 이름을 굳혔다.
치열했던 무대에서 내려와 일상생활로 복귀한 예도 단원들. 지난 10일, 기자가 만난 극단 예도 최태황(56) 대표는 거제고등학교 교사로 돌아가 모의고사 감독을 보고 있었다.

- 수상 소감은?
“최근 우리 극단에 연습실 부재, 빈약한 재정 등 안 좋은 일이 많았지만 어려운 여건에 굴하지 않고 모든 단원들이 열심히 연습에 임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 단원 16명 전원이 참여, 89년 창단멤버에서 올해 갓 입단한 고3 학생까지 신구가 조화를 이뤄 대상을 받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 관객의 호응은 어떠한가.
“연극제에선 초연작품만 인정되기 때문에 ‘선녀씨 이야기’가 아직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오는 5월에 예도가 어떤 작품으로 대상을 받았는지 시민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연극제에 직접 관람 온 팬들은 이미 극단 까페에 평가를 해줬다. 호평도 있지만 따끔한 질책도 있어 이를 바탕으로 6월에 개최하는 전국연극제를 준비할 것이다. 이들과 소통하며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고 홍보에도 중점을 둬 점차 관객을 늘려갈 계획이다”

- 연극제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것은.
“작품선정에서 분석, 대본읽기, 캐스팅 등 모든 기간에 최소 3개월 소요되고 마지막 달에는 매일 연습에 매진해야한다.
그러나 단원 대부분이 자기일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이외에도 가정주부, 공무원, 교사, 회사원 등 본업에 충실하면서연습에도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다행히 공연 날짜 추첨에서 운 좋게 일요일에 공연하게 돼 극단 전체에 큰 부담은 없었다."

- 극단 예도에 대해 말해달라.
“올해로 창단 23년째를 맞이했다. 84년 거제고 미술 교사로 부임하기 전 마산을 무대로 연극 활동을 했었고, 교사 부임 후에도 연극동아리를 만들어 지역에서 주목받았다. 지인의 권유로 89년 10명 남짓한 단원으로 예도를 창단, 91년 창립공연을 시작으로 어림잡아 80회 이상의 공연을 펼쳤다. 경남에서 수차례 1위한 예도는 경남대표로 전국연극제에 참여해 2, 3등 수상경력이 있다.
오는 6월에도 경남대표로 전국연극제에 도전하는데 그저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뿐이다“

- 예도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은.
“경남의 여타극단보다 단원이 많아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창단 초기 20대 초반이었던 친구들이 지금은 40대 아저씨, 아줌마가 돼있다.
이번에 연기대상을 수상한 고현주 씨, 그리고 진해숙, 황지영 씨 등 창단멤버를 비롯해 예도에 몸담았던 수많은 단원들이 십 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무대로 돌아와 같이 공연한다는 것이 예도의 자랑이자 이끌어 가는 큰 힘이 되고 있다”

- 이번 무대는 예도에게 어떤 의미인가.
“요즘 연극제의 흐름은 기존 작품보다 지역 창작극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예도는 7년 전부터 거제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매진해왔고 ‘패왕성’, ‘거제도’, ‘선녀씨 이야기’ 등이 탄생했다. 패왕성과 거제도는 거제색깔이 짙은 소설을 각색한 작품들이며, 선녀씨 이야기는 이삼우 연출이 쓴 순수 창작품이다. 앞으로도 지역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토대로 ‘거제도에는 거제도만의 이런 연극들이 있다’는 인식을 심으려고 한다. 준비하는 것과 연극 추세가 맞물려 좋은 기회가 됐다”

- 앞으로 예도의 방향은.
“거제지역 자생단체로써 거제문화에 깊이 관여하고 거제인들이 보고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거제시 정책인 관광문화도시 건설에 보탬이 된다면 영광이다. 문화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익위주의 공연을 제안받기도 하지만 그러려면 전업 단원이 최소한 7, 8명이 돼야 한다. 지금은 3, 4명에 불구하고 연봉 1000만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수익을 꾀한다면 시작도 전에 무너질 것이다. 좋은 소식은 올해 대상과 더불어 예도가 상주단체로 선정돼 5000만원의 지원과 거제문예회관에서 연습할수 있게 됐다. 이들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준비해서 완벽한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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