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객들의 부담도 부담이지만, 신랑신부와 혼주의 고통도 크다. 재력이 충분한 사람이라면 상관 없을 얘기다. 중산층과 서민들의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 신혼집 장만에서부터, 예단 예물, 결혼식장 섭외, 하객 초청, 웨딩촬영 등 결혼과정 전체가 신랑신부와 혼주에게는 피로도를 급증시키는 요인들이다. 오죽하면 잘 사귀던 예비신랑신부가 결혼과정에서 파토가 나는 일이 심심찮게 나타날까.

거제지역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살고 싶은 신혼집의 전세보증금부터가 억대이니 말이다. 단칸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해 한 푼 두 푼 모아 집을 장만하던 우리네 부모 세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옛날 얘기가 됐다.

이게 다 남의 눈을 의식한 탓이 크다. 남이 결혼 비용으로 얼마를 쓰고, 신랑신부가 어디에 살며, 예단예물로 뭘 받았는지 묻는 풍조도 한 몫 한다. 결혼 문화 자체가 당사자들의 고통을 유발하는 ‘허례허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여성가족부와 최근 진행하고 있는 결혼문화 개선 프로젝트가 그래서 큰 호응을 얻는다. 결혼비용 문제로 무력감과 박탈감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을 위해 마련된 이 캠페인은 최소한의 예식비용을 예비 신랑신부가 스스로 모아 1000만원 안팎으로 간소한 식을 올릴 젊은이 100쌍을 선정해 아름다운 예식공간을 연결해주는 프로젝트다. 부모 부담을 줄이는 한편, 결혼 주체인 신랑신부의 ‘자력갱생’을 돕자는 취지다. 독자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고 신청자도 수백쌍을 넘었다.

거제시도 아이디어를 도입해볼만하다. 충분한 주차장과 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 공간을 갖춘 장소가 몇 있지 않은가. 거제시청 뒤편 시민공원과 옥포대첩기념공원 등이 그곳이다. 시청 시민공원과 옥포대첩기념공원 등에선 비용을 줄이고 개성을 살린 결혼식이 한 두 차례 열린 사례가 있다. 몇 군데를 더 찾아 볼 여지도 있다.

거제시가 관리감독하는 공간을 야외결혼식장으로 연결하는 시책을 적극 추진한다면 이게 바로 시민을 위한 ‘섬김행정’의 하나가 아닐까. 거제시의 검토를 기대한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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