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사 거쳐 지역발전 구상 담은 기고 연재
관세공무원으로 헌신, 두 차례 훈·포장도 받아

관세청에서 국가공무원으로 37년을 헌신했다. 고향에 돌아와선 거제 현안을 두루 살피고 지역발전을 고민하고 있다. 거제무역관세사무소 대표이자 'SUN FORCE'란 이름의 연구소를 설립해 다양한 지역현안을 통찰하는 기고를 지역언론에 연재중인 박문길(66) 소장이다. 그의 기고는 한 번 읽고 넘길 수준이 아니다. 방대한 자료조사를 토대로 지역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배어난다는 평가다. 선거시즌이면 숱하게 생겨났다 사라지는 무늬만 ‘연구소’인 그것들과도 다르다. 그를 직접 만나 연구소 설립 배경과 계획을 듣게 된 이유다.

“학창생활과 공직생활 등으로 40여년 가까이 타지에서 지내다 정년퇴직을 하고 관세사무소를 개설해 활동하다 보니 거제의 많은 문제점들을 느끼게 됐습니다. 다른 지역보다 매우 좋은 여건을 지녔음에도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것이죠.”

박 소장의 공무원 시절부터가 그랬다. 그는 평범한 공무원이 아니었다. ‘관세공무원’으로서 밀수를 감시하고 적발하는 일을 했다. 국가산업이 태동하던 60년대 중반부터였으니 그의 역할은 철저한 사명감과 고도의 정신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밀수는 국가산업을 마비시켰던 탓이다. 상대해야만 하는 범죄자들도 조직폭력배에서부터 권력실세까지, 신변을 위협받을 정도로 업무강도가 굉장히 높았다.

‘군홧발 정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5촌 조카를 실크원단 밀수 혐의로 끝내 구속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청와대와 안기부의 외압, 관세청장의 회유, 검찰의 난색을 ‘원칙’과 ‘배짱’으로 물리친 그는, 요즘 뜨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배우 최민식이 연기한 그 시절 비리 세관원과는 대척점에 서 있던 희귀한 공무원이었다. 당시 수사를 맡던 검사마저 “당신 정말 대단하다”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 ‘밀수검거왕상’은 물론 모범공무원 국무총리 표창, 대통령 근정포장과 옥조근정훈장을 받은 것도 당연한 귀결이다.

“국가공무원으로 일하며 맺은 인맥과 노하우를 거제 발전을 위해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거제는 그간 양대조선의 후광에 묻혀 행정의 무사안일한 전시행정이 만연해 발전이 무척 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010년 6월에 연구소를 설립했죠.”

박 소장의 연구기고는 현재 14편이 발표돼 있다. 부산과의 연합도시 이론, 거북선을 활용한 거제의 랜드마크 지정, 부산-거제 광역시내버스 도입의 타당성 등 굵직한 현안들이 적잖다. 편하게 앉아서 쓴 글들이 아니다. 기본자료조사는 물론 현장검증을 위한 발품도 판다.
‘세종대왕의 거제복원과 인연’을 주제로 정했을 때는 서울까지 올라가 관련 강좌를 수강하고 담당교수의 자문을 거치기도 했다. 충무공에 대한 연구에선 한산도 등을 직접 찾았다. 기자들의 탐사취재를 능가하는 노력의 소산이다. 그는 특히 정치논리에 매몰돼 거제현안들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연구분야는 행정, 경제, 관광, 문화, 역사에 중점을 둡니다. 현실적 접근을 원칙으로 한 문제제기. 현상파악, 개선 가능성, 대안제시, 새로운 제안 등을 순서로 완성해 나갑니다. 거제시의 연구용역들이 못 미더운 것은 기본 포맷에 현지실정을 끼워맞춘다는 것이죠.”

현지를 가장 잘 아는 지역주민이 현지를 바탕으로 문제의식을 토대로 연구를 해야만 지역밀착형 연구성과물이 나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거제시의 각종 용역발주는 거제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적잖고 예산만 낭비하는 격이 되어왔다고 꼬집는다. 창의적 연구에 초점을 맞추는 박 소장의 제안 중 ‘부산-거제 연합도시 이론’과 ‘해상풍력발전소 실증단지(Test bed) 조성’은 유례를 찾기 힘든 참신한 제안으로 꼽힌다.

현재 연구중인 현안은 장사(화장 및 납골)문화 개선, 거제-부산 여객선 재취항 추진, 비정규 근로자 처우개선, 경비행장 설립 추진 등 여럿이다. 모두가 고향 거제를 위한 애정에서 비롯된 구상들이다. 특히 그간의 연구성과에 대한 행정과 의회의 무관심을 아쉬워했다.

“연구소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사비를 더 들여서라도 문호를 개방하고 시민이면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광장이 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사단법인화를 거쳐 전문연구 및 사회공헌사업 등 두 가지 방향으로 넓힐 계획입니다.”
사회단체 ‘거인회’를 발족시켜 초대회장을 맡았고 거제시 보디빌딩협회장으로 일하기도 하는 박 소장. ‘할리데이비슨’으로 불리는 대형 바이크로 전국을 라이딩하는 ‘쾌남’의 면모도 지녔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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