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다거나 마비, 어지러움 등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는 증상 중 하나가 ‘저리다’는 것이다. 특히 겨울철 날씨가 추워지면서 손이나 발이 저려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보통 진료실을 찾는 분들이 똑같이 ‘저리다’고 표현하지만, 실제 그 말이 뜻하는 증상의 양상은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아리거나 전기가 오는 느낌 같이 지각의 이상한 느낌을 표현하기도 하고, 감각이 둔해진 상태를 표현하기도 하며, 마비가 되어 수족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저리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계신다.

한의에서는 손발 저림에 대해 저리다는 뜻의 한자 ‘비(?)’를 써서 ‘수족비증(手足?症)’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 크게 외부적인 것과 내부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있다. 외부적 원인은 ‘풍(風)’, ‘한(寒)’, ‘습(濕)’ 등 좋지 않은 기운이 인체의 허약한 틈을 타서 기혈 순환을 방해하는 것이며, 내부적 원인은 인체 내의 어혈, 습열, 담음 등의 노폐물이 경락을 따라 침입해 관절과 근맥을 막는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로 기가 울체되는 경우이다. 한의 병리관의 기본인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 ;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에 따른 분석이라고 보면 된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저린 증상을 일으키는 병을 보자. 몸을 뇌, 척수, 말초신경, 말초순환 등 네 가지로 나누어서 살피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뇌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는 뇌출혈, 뇌경색 등 중풍이 가장 대표적이고, 그 외에 뇌에 종양이 있거나 외상이 있는 경우도 있다. 뇌의 문제로 인해 저림이 나타날 때는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몸의 한쪽으로 나타나게 된다. 다만, 얼굴까지 포함시켜서 살피면 얼굴의 오른쪽과 손의 오른쪽인 경우도 있고, 얼굴은 왼쪽인데 손발은 반대로 오른쪽이 저릴 수 있다. 어쨌거나 손발은 반드시 같은 쪽이 저린다. 그리고 저림 외에 말이 어눌해지거나 팔 다리의 힘이 빠지는 등의 다른 증상이 함께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척추뼈를 따라 내려오는 척수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척수의 혈관장애나 종양, 노화 또는 외상으로 척추 자체가 변형이 되는 경우 등이 있다. 척수의 문제로 인해 저림이 나타날 때는 좌우대칭으로 나타나기가 쉽다. 좌우의 손 또는 좌우의 발, 또는 허리 아래 전부나 목 아래 전부가 좌우대칭으로 저리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좌우의 순서나 좌우 증상의 정도 차이가 있어도 얼마 안 가서 좌우 양편이 모두 저리는 것이 특징이다.

말초신경의 문제가 있는 경우는 부분적으로 저린 갖가지 증세가 온다. 예를 들면 한쪽 팔만 저리다든가, 팔 전체도 아니고 안쪽만, 혹은 바깥쪽만, 손바닥, 손등, 손가락 몇 개가 저리게 된다. 때로는 좌우가 똑같이, 마치 장갑을 끼거나 양말을 신었을 때의 느낌으로 저려오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디스크 같은 척추관절 장애가 말초신경 문제의 흔한 원인이다. 그리고 당뇨가 있는 경우 팔의 안쪽 부위를 다스리는 신경에 장애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팔의 안쪽부터 저려오는 경우가 많고, 고혈압인 사람이 얼굴, 입술이나 손발이 저리다고 하는 경우도 자주 본다.
그 외에도 특히 중년의 여성들에게 많은 수근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도 있다. 수근관증후군은 손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손목부위에 염증이 생기고 힘줄이 붓고 신경을 압박해서 발생된다. 밤에 자다가 손이 저려서 손목을 털어주었더니 좀 나아졌다고 하는 경우, 손목을 굽히고 있으면 손 저림이 심해진다고 하는 경우 이 수근관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별한 질환 없이 손발 혹은 온몸에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면 스트레스나 자율신경실조로 인한 냉증 또는 혈액순환 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손발 저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고 기혈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한약 처방과 침 뜸, 부항을 시술한다. 그리고 원인 질환의 종류와 단계에 따라 더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 추나, 약침 등의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 때 사용되는 한약은 대개 인체의 기운을 보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목적의 따스한 기운을 가진 약물이다. 일시적인 혈액순환 장애나 근육의 경결로 인한 저림이 있을 때에는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거나 찜질, 혹은 물리치료 등으로 좋아질 수 있다.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생강차와 모과차도 도움이 된다. 한편, 치료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이다.

① 스트레스 등에 의한 혈관 수축과 과로에 의한 노폐물의 축적을 방지하기 위해 스트레스와 과로를 조절해야 한다.
② 적당한 스트레칭과 운동은 필수이다.
③ 아침을 거르지 않는다.
④ 술과 담배는 자제한다.
⑤ 높은 베개를 사용하거나 다리를 꼬는 자세는 척추에 불균형을 가져오므로 좋지 않다.

손발 저림이 나타나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사람들도 있고, 혹시 중풍은 아닐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손발 저림이 중풍의 전조증인 경우 보다는 다른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손발 저림을 일으키는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가볍게 보아 넘길 것만은 아니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조기에 진료를 받는다면 어렵지 않게 치료될 수 있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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