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정치인은 ‘시민’의 표를 먹고 산다. ‘시민 총의’를 잘 묶어내 균질한 정책을 창출해야 하는 임무도 주어지지만 지역사회 갈등을 관리하고 슬기롭게 조정해내는 역할도 선출직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주요 덕목이다.

새삼스레 원론을 얘기하는 까닭은 세계조선해양축제 추진 논란을 두고 14일 열린 ‘시민사회단체’와 축제추진위원장 박장섭 시의원의 간담회가 썩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해서다. 지역언론의 부정적 보도에 감정이 상했던 박 의원은 간담회 자체에 대해서도 ‘시민검증단’이란 표현을 문제삼아 작심한듯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사자가 불쾌감을 드러내니 간담회가 제대로 진행될리 없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당혹감에 휩싸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모 인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발언을 하시니 우리 역시 불쾌하다’고 항의해 설전이 연출됐고 사회자는 중재에 진땀을 빼야했다.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시의원 직분으로 축제추진위원장을 맡는 게 타당하냐는 요지의 견해에도 박 의원은 강하게 맞섰다. 수차례 고사에도 불구하고 맡을 수 밖에 없었던 그간의 과정을 상세히 밝히면서도 “제가 축제추진위원장을 맡는 게 잘못됐다고 다들 생각하시냐.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면 내일이라도 사임하겠다”고 응수해 주변을 곤혹케 했다.

참석자들의 또 다른 견해에 대한 답변에선 ‘정중한 태도’가 요구되기도 했다. 이처럼 이날 간담회는 불편함이 물씬 감도는 자리로 화했고, 상호협조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며 모양새는 그럴듯하게 마무리됐지만 기자를 포함한 참석자 모두의 속내는 씁쓸한 감정이었을 터다.

기실 박 의원의 노고에 대해선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그간의 오해 섞인 부정적 보도와 자신의 실질적 입장에 괴리가 크다”는 박 의원의 하소연도 일견 수긍이 됐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불편한 감정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드센 모습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박 의원의 기세는 ‘시민’의 표로 먹고 사는 정치인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갈등 조정자’라는 정치인의 기본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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