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본연 임무에 ‘왕성한 시민밀착 활동’ 돋보여
권위주의 탈피, 장병과도 친근한 신세대 지휘관

군대가 바뀌고 있지만, 민간인들에게는 아직도 ‘폐쇄적인 곳’으로 더러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군 특수성 탓이지만 민간인에게 군인은 가깝고도 먼 존재다. 거제 안보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는 ‘39사단 거제대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야를 막론하고 거제를 지키는 부대라는 어렴풋한 사실만이 일반시민이 느끼는 인식이었다. 지금은 달라 보인다. 김태환 중령(43.육사49기)이 지난해 부임하면서다. 김 중령은 본연의 군 임무에 더해 ‘거제시민을 위한, 시민에 기여하는 거제대대’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저희 대대를 포함한 후방부대들은, 향토방위와 유사시 민.관.군.경 통합방위작전을 최우선 임무로 두고 있습니다. 군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 임무 수행을 제대로 할 수가 없죠. 거제시민의 신뢰가 우선인 까닭입니다.”

김 중령이 거제대대에 부임한 이후 달라진 것들이 있다. 정보지원 및 전투준비태세 확립은 기본이었고, 지자체장 중심으로 민.관.군.경 통합방위훈련을 내실화했다. 통합방위종합상황실과 면.동 통합방위지원본부 운용 시스템 정립에 더해, 통합방위훈련도 활성화해 효율을 높였다. 지역안보의식 강화 차원에서 39사단 지역대대 중 최초로 거제지역 14개 학교 3483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안보교육을 치러낸 것도 성과다.

예비군 지휘관 위상강화 프로젝트를 선뵜고, 거제시 특전예비군중대 창설에 이어 청소년 안보 아카데미와 군 장비·물자 전시회도 열었다. 부대 차원의 소외이웃돕기 활동도 늘렸다. 예비역 시민들에게 ‘화랑무공훈장 찾아주기’ 운동도 벌여 호응을 얻었다. 지역단체들과도 유대를 강화해 부대를 개방했는데, 장병체육대회에 이들을 초대해 군과 시민의 화합 행사로 발전시켜 의미를 더했다. 이렇듯 그가 생각하는 군인상은 ‘시민을 돕는, 필요한 존재’다.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사고 발생시 즉각 출동할 수 있는 준비도 갖추고 있다.

김 중령은 기자와의 인터뷰 하루 전, 부대로 전입된 신병들과의 세세한 면담에 반나절을 보내야 했다.
“신병들과의 면담은 참 중요합니다. 군 생활에 잘 적응토록 병사들의 성장기를 잘 살펴봐야 하고 성향에 맞는 보직이 주어지도록 해야죠.”

김 중령은 부대에서 마주치는 병사들과도 친근한 웃음과 함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다. 병사들의 형식적인 거수경례에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지휘관의 풍경이 아니다. 병사의 안색이 좋지 않으면 ‘무슨 일 있느냐’며 조용히 불러 차 한 잔 나누며 대화한다. 대대장의 권위는 있으되, 권위주의는 사라진 분위기다. 믿음직한 큰 형님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부대의 다른 간부들과도 형제 같은 관계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불우한 상황에 처한 상근 병사를 지역봉사단체가 도울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고, 매월 한 차례 ‘이등병 부모님 초청행사’를 연 것도 39사단 지역대대 중 최초다. 이 행사는 병사 부모들에게 거제를 알리는 홍보효과도 톡톡하다. 병사간 구타 또는 가혹행위 예방을 위해선 병사들의 스트레스 해소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또래상담관’ 운영과, 병사들을 6개팀으로 꾸려 ‘거제리그’란 축구경기를 개최하는 것도 그래서다. 장병들의 자기개발 보장을 위해 대학 원격강좌 수강과 1인1자격 취득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제대하면 부대 쪽으로는 오줌도 안 눈다’는 예비역 병장들의 자조적 농담이 없어지려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을 지휘관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다.
“2월중 거제시 공무원들의 ‘친절 전진 캠프’를 거제대대에서 엽니다. 올해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시민을 위한 부대 정착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육사 졸업 후 93년 소위로 임관한 김 중령은 기계화부대, 3사관학교 훈육교관을 거쳐 이라크에도 파병됐고 군사령부 비서실, 사단 참모 등 야전 및 교육훈련, 행정 분야를 두루 거쳤다.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열공’의 면모도 지닌 지휘관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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