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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눌 수 없는 것은 없어원순련 /한국문인협회 거제지부장

우연한 기회에 함께 근무하는 동료로부터 어떤 목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작은 교회에서 시무하다 보니 목사 사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3명의 자녀 교육을 위하여 밤으로 대리 운전을 하신다는 이야기였다.
참으로 딱한 소식이었다. 목사님은 교회와 성도들을 위하여 설교를 준비하고, 성도들의 가정을 방문하며 힘들고 어려운 성도들을 위하여 상담하고 기도하는 시간이 가장 많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을 위하여 대리 운전을 하신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그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다가 하도 답답하여 이제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아들의 고등학교 3년을 내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었다. 3년 동안의 학비를 약속하기 위하여 목사님의 아들이 다닌다는 부산의 고등학교 행정실에 전화를 하여 그 학생의 신상을 알아보던 중 나는 정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리 운전을 하신다는 그 목사님은 내가 섬마을의 분교에 근무할 당시에 그 섬의 작은 교회에 시무하셨던 분이셨으며, 그 아들은 내가 1학년을 담임했던 바로 나의 제자였기 때문이었다. 이름을 들었을 때엔 똑 같은 이름도 있구나 싶었지만 설마 그 학생이 바로 나의 제자였으며, 그 목사님이 그 섬의 교회에 계셨던 목사님이셨음은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바닷가 작은 섬의 분교엔 11명의 학생이 있었고, 우리반엔 1학년 1명과 2학년 1명이 있었는데 1학년 학생이 바로 지금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목사님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그 교회엔 노인성도 대여섯 분들만 모여서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목사님과 사모님은 늘 그 노인 분들께 점심을 정성껏 제공하여 노인성도분들은 사모님의 맛난 점심 덕분에 일요일 점심을 거르지 않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모님은 그 당시 조손가정의 학생 한 명을 목욕도 시켜주고, 숙제도 봐주시며 늘 그 아이의 어머니 역할을 해 주셨다.

또한 그 당시 목사님은 컴퓨터를 일찍 배워서 분교 학생들에게 컴퓨터 워드 학습을 하루에 한 시간씩 가르쳐 주셨고, 손길이 없는 분교 교사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늘 같은 가족으로 생각할 만큼 잘 지내던 사이로 학교를 떠나올 때엔 두고 와야 하는 제자들과의 헤어짐도 가슴 아팠지만 목사님 내외분과의 헤어짐도 참으로 가슴 아팠다.

섬을 떠나온 뒤 목사님은 부산으로 교회를 옮겼으며, 그 사이에 셋째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뒤로 영 다른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이 10년이나 지나버렸기에 그 사이에 1학년이던 그 학생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 나에게 그 사연이 전해진 것이다.

그렇게 헤어진 그 학생이 어떻게 옆 반 선생님과 인연이 연결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런 인연으로 나는 그 제자의 3년 동안의 학비를 송금하였고 그 학생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어대학에 거뜬하게 입학을 하게 되어 나는 정말 무어라고 말 할 수없을 만큼의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며칠 전 그 제자가 노란 양란이 화사하게 핀 화분을 사들고 어머니와 함께 학교로 찾아왔다. 시원한 이마도 그대로였고, 어린 나이에 비해 도수 높은 안경을 썼기에 사람을 쳐다볼 땐 코끝을 찡그려 안경을 치켜 새우던 그 버릇도 그대로였으며, 더욱 신기한 것은 발표를 할 때마다 눈웃음을 치던 그 습관도 고쳐지지 않고 있었다. 근무시간에 학교로 찾아왔기에 가까운 곳에서 점심을 먹고 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채 두 사람을 보내야 했다. 헤어질 때, 그 훤칠한 키를 절반이나 숙이며 아무 말도 못하고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떠나던 그 모자를 잊을 수가 없다. 내가 그 제자를 도운 게 아니라, 그 제자가 나에게 기쁨을 주고 간 것이다.

기부천사 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바로 김장훈씨다. 학문을 연구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보육시설을 위해서, 독도 홍보를 위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하여 선뜻 재산을 내놓은 김장훈씨가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내가 공개기부를 한다고 손가락질을 할지 모르지만, 그리고 내가 10억을 기부한다고 세 상이 바꿔지지 않겠지만, 누군가 이 기부소식을 듣고 자신도 이 기부문화에 진심으로 동 참한다면 그게 바로 세상을 바꾸어놓는 결과가 될 것으로 믿는다.”

지난 2월1일자 지역신문에 경남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서 실시한 나눔켐페인 모금액이 57억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였다는 보도를 접했다. 이는 당초 예정액이었던 37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였으며, 경남지역 나눔 켐페인 전개 이래 가장 높은 금액이며 서울지역을 제외한 전국 15개 지회 가운데 가장 높은 사랑의 온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아름다운 소식인가?

진실로 나눈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진정 나눈다는 것은 나의 부족을 다 채우고 나누는 것이 아니다. 사람 사는 것은 똑 같아서 기업은 기업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자신의 욕망을 다 채울 수 없으며, 그 욕망을 다 채우고는 절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없다. 재능도, 물질도, 건강을 이용한 봉사도, 지식 나눔도 세상에 나눌 수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신년이 시작된 지 이제 1개월이 지났다. 2012년 목표 중에 우리 모두 나눔의 대열에 서서 사랑의 온도를 높이는 목표 하나쯤 정하여 실천하는 주인공이 되어보면 어떨까?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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