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4만, 세계최대의 조선산업 도시, 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이 넘는 부자동네라는 말은 현재의 거제를 말하는 수식어로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이러한 풍요 속에서도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거제를 대변하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문화불모지’다.

특히 지난 2003년 514억여만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3층 건물에 전시실 및 사무실, 대극장(1,206석), 소극장(430석) 등 총 면적 2만60m²와 총 객석 수 1636 규모에 호텔과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는 거제문화예술회관이 있음에도 이러한 꼬리표는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28·29일 이틀 동안 거제지역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두 개의 공연이 각각 열렸다.

거가대로 개통 1주년과 해양관광개발공사 출범을 축하하는 ‘모스크바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와 오래전부터 거제지역에 전해져 내려왔지만 한 때 명맥을 잃을 위기를 극복하고 지난 2008년 다시 부활한 ‘중요무형문화재 제82-라호’ 죽림별신굿(남해안별신굿)이다.

4700만원의 예산을 들인 모스크바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를 보기위해 거제문화예술회관을 찾은 시민은 이틀 동안 1700여명, 이 티켓은 거제지역 양대 조선소와 거제시민들이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5만원의 가격을 지불한 ‘값비싼 공연’이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치고 괜찮은(?) 가격이었는지 모른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거제면 오수리 죽림마을에서도 세계적인 그리고 가장 ‘거제스러운’ 공연이 열렸다. 이날 열린 죽림별신굿공연은 공연이라기보다는 축제에 가까웠다.

관객이라고 해봐야 마을주민과 구경꾼 100여명이 전부, 양대 조선소의 지원도 거제시의 지원 한 푼 없었지만 관객들에게 선사한 행복만큼은 최고였다.

하지만 공연을 보는 내내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평소 ‘문화와 예술의 본향, 24만 거제인의 자존심, 조선산업과 해양관광의 남해안 중심도시 거제’를 외치던 거제시의 공무원, 예술인 및 관계자들 심지어 거제고유의 문화를 수집하고 보존하는데 앞장서야 할 거제문화원 관계자들의 얼굴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풍요속의 빈곤’ 그리고 ‘거제문화의 현주소’를 생각케 하는 대목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듯 거제의 문화는 거제의 뿌리부터 찾은 다음 새로이 정립시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거제지역의 문화콘텐츠산업은 오랫동안 묻혀오고, 숨겨져 오고, 외면돼 왔던 문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대윤 기자  crow112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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