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조성 등 적극적 편찬 참여 주도

육체피로에도 경비절감 등 노력, 섬세한 내용 자랑

《장목면이 한권의 책으로 발간됐다. 장목면의 자연환경, 역사, 문화유적, 지방행정, 교육 및 종교, 산업경제, 기관 및 사회단체, 전설·민요·풍속, 각 마을의 역사와 문화, 인물 등 모든 것이 1000페이지의 장목면지에 고스란히 기록됐다. 1000페이지를 펼치면 6㎢가 넘으니 36.8㎢의 장목면이 그야말로 1/6로 응집된 셈이다. 장목면지편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결실을 알리는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이날 장목면지편찬위원회 강영희 위원장(66·사진)은 누구보다 감회가 깊었다.》

면지편찬위원회 출범에서 면지 출판까지 740여 일간의 대장정을 이끈 강영희 위원장은 면민이 인정하는 일등 일꾼이다.
“1973년 큰섬(제주도)에서 작은 섬(거제도)으로 시집와 여기서 40년을 산 죄(?)로 우리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며 장목면에 애증 섞인 애착을 보이는 강영희 위원장.

주민자치위원회 2, 3대 위원장을 비롯해 의용소방대장, 의용파출소장, 새마을 부녀회장, 해송여성팔각회장 등 다양한 타이틀이 장목면을 위해 걸어온 강 위원장의 행적을 입증하고 있다.

면지 편찬에 있어서도 강 위원장의 여장부 기질이 한몫했다. 장목면은 1909년 면으로 승격돼 100년이란 오랜 역사를 간직했음에도 이른바 ‘남들 다 있는’면지가 없어 면민들이 늘 아쉬워했는데 2007년 초대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되면서 면지 편찬이 수면위로 떠올랐고 당시 주민자치위원회 2대 위원장을 맡고 있던 강 위원장이 누가 나설 틈도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주민자치위원회 회원들도 위원장의 뜻에 따라 편찬위원회를 자임하는 등 적극적으로 면지 편찬에 참여 했다.

그러나 호기로운 출발에 비해 꽤나 난항을 겪었다. 예산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강 위원장은 “100년이 지나도 헤지지 않는 전국 최고의 면지를 만들기 위해선 예산 확보가 중요했다”며 “그러나 지역에 봉사하는 성격의 주자위가 협찬을 구하기가 꽤 곤란한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기금조성을 유도하기 위해 500만원을 먼저 내놓은 강 위원장은 전국에 발품을 팔아가며 ‘돈 있는’ 출향인사들을 쫓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다.

고성군수를 지냈던 복항마을 서영칠 편찬자문위원장이 강 위원장과 동행해 면지 편찬의 당위성을 역설했으며, 또 제주도 출신 여성이 면지 편찬이란 중대 과업을 맡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출향인사들로부터 미안함과 고마움이 깃든 애향심을 이끌어 냈다. 그 결과 장목면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기금이 1억원에 이르렀고 시에서 2000만원을 지원해 총 1억 2000만원이 면지 편찬에 쓰였다.

면지 제작 과정에 있어서는 육체피로가 더 심했다. 인물, 문화, 사회 등 면지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위해 700여 일 동안 이승철 집필위원과 함께 장목면 28개 마을을 다니며 취재했다고 한다. 강 위원장은 이동경비를 사비로 충당하고 식사를 제외한 불필요 경비는 줄이는 등 비용을 절감하려 했으나 9번의 교정으로 인건비, 출판비가 1000만 원 정도 더 소비돼 죄송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자로 장목면지가 발행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봉조 전 국회의원,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 김정길 전 행자부장관 등 장목출신 인사들이 축사를 보내왔다.

958페이지에 이르는 장목면지는 속지가 모두 칼라면으로 잡지에 버금가는 섬세한 인쇄를 자랑한다.
강 위원장은 “이 ‘역사서’가 오랫동안 보전돼 다음세대가 후속 면지를 발행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주자위 2, 3대 위원장에 선출돼 장목에 없던 면지와 풍물을 만들어 놓았다. 남은 임기에는 건강을 회복해서 제주도와 거제도간의 관광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