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동 ‘구 롯데시네마 극장’ 건물이 자리한 거리에선 올해 매월 한 차례씩 이색적인 모습들이 연출됐다. 주말 하루에 선보인 그 모습은 거제미래를 이어갈 청소년들의 무대였다. 청소년들이 학교나 학원, 청소년수련관 등 관련기관을 넘어 거리에서 끼를 보여준 것이다.

꾸준한 정기행사로 자리잡은 청소년 한마당의 이름은 ‘거제시 청소년 문화존(Zone)’. 청소년들의 감춰진 재주를 마음껏 발산하도록 만든 장본인은 청소년수련관에서 근무중인 하태영(39.청소년지도사)씨. 우려와 걱정이 많았지만 나름대로 첫해를 잘 넘겼다는 평가다. 그간의 과정과 소회, 과제 등을 들었다.

“‘홍대 문화’를 모티브로 3~4년전부터 청소년 문화존을 기획하고 준비해왔어요. 지역여건과 맞아야 하니까요. 마냥 기다릴수만은 없었습니다. 나름대로 준비했으니 한 번 부딪혀봐야겠다 싶었죠.”

청소년수련관이나 옥포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근무중인 거제지역 청소년지도사들은 그 열정이 대단하다는 점을 먼저 짚어야겠다. 정부에서 공모하는 각종 청소년사업을 수두룩하게 따냈고 실적도 우수해서다. ‘청소년 문화존 사업’도 그 연장선에 있다. 사실 이 사업은 시도하기가 만만하지 않았다. 만만한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도 있었다. 차량이 즐비한 시내 한복판 거리가 ‘무대’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차량통제를 할지, 시민협조를 구할지 막막했을터다. 취지는 좋은데 현실은 상당히 녹록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유관기관과 자생단체의 협조와 관심이 절실했습니다. 자문위원회 구성을 서두른 까닭입니다. 거제시와 교육청의 후원, 특히 상가번영회와 자율방범대의 지원을 이끌어냈습니다.”행사가 있는 날이면 상가번영회와 자율방범대의 협조하에 차량 통제가 진행된다.

청소년 행사가 있으니 차를 이동해달라는 부탁을 할때면 처음엔 당연히 ‘무슨 소리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행사를 거듭하면서 열에 일곱은 이제 이해해준단다. 처음에 비하면 큰 성과다. 그래도 반대민원이 나타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짓는다. 청소년 행사를 정착시키고 이해할 수 있는 시민정서가 아쉬운 셈이다.

“가장 큰 성과라면 음지에서 자칫 비행을 저지를 우려가 있는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걸러준다는 점입니다. 대낮에 시민들이 오가는 거리에서 공연을 해야하니 당당해야 하겠죠. 청소년들의 끼와 재능을 펼쳐내면서 인성도 바로잡아가도록 해준다는 것입니다.”

하태영 지도사가 말하는 거제청소년들의 역량은 꽤 높다. 올해 처음 시도한 청소년 문화존은 정부에서도 상위권에 들만큼 우수하단 평가를 들었다. 특히 어른들이 기획하고 청소년들이 참여만 하던 틀을 벗어나 청소년 스스로 행사를 기획하는 ‘주체’가 되게끔 유도했다는 점이 손꼽을만하다.

이런저런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포스터로는 구태의연하다는 게 하씨의 지론.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통칭되는 ‘SNS’로 청소년들이 기탄없이 의견을 교환하고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 모니터링과 영상취재도 도맡는다. 댄스팀과 밴드 등을 합치면 30~40개팀. 타 지역에 비해 두 배 규모라고 했다.

“벌써 청소년문화기획단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죠. 올해 미흡했던 청소년문화존 서포터즈도 모집중입니다. 서포터즈는 우리 청소년들의 공연들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친구들입니다.”

과제도 아직 남았다. 비가 올 경우 야외 거리에선 공연이 힘들다. 비를 막을 수 있는 시설설치와 전기 및 음향시스템 등의 구비가 절실하다고 했다. 구 롯데시네마 거리 일대를 ‘문화의 거리’로 명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책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요즘 ‘소녀시대’ 등 걸그룹들의 공연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다보니 ‘선정성’도 걱정해야 할 것 같다며 건전한 청소년문화로 자리잡도록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는 다짐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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