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공무원 명예퇴직 후에도 문인활동 등 바빠
임기 동안 ‘경남산업고 동창회지 꼭 발간’ 다짐

시인으로 등단했고 각종 단체에서도 그를 ‘러브콜’한다. 요즘은 뜻 있는 사람들과 함께 ‘(가칭)거제역사문화연구소’ 설립 준비에 바쁘단다. 경남산업고는 예사로운 학교가 아니다.

하청농고 시절 졸업한 학생들이 거제시 공직사회에 꽤 진출했었다. 거제시의 주요 정책을 실행하는 브레인들이 적잖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임 손 회장의 책임감도 그래서 크다. 알찬 ‘인생 2모작’을 하고 있는 손씨를 만났다.

“공직에서 은퇴 후, 바깥활동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경남산업고가 지금은 전문계고교로서 또 다른 발전을 하고 있지만, 저희 시절에도 좋은학교였지요.”

취업 연계로 인해 거제공고와 경남산업고 등이 전문계고교로 각광받고 있지만 하청농고 시절에도 인재들이 많았다고 했다. 경남산업고가 배출한 졸업생은 현재까지 9500여명. 해마다 많게는 10여명씩 거제시 공무원으로 임용되기도 했고 경찰임용시험에 합격하거나 농협 등에도 졸업생들이 잇따라 입사했었다.

그 시절을 지나쳤던 사람들은 손 회장처럼 공직에서 정년퇴임했거나, 공직을 마무리하는 시기일터다. 10여년 전만 해도 거제시 공무원 사회에는 경남산업고 출신들이 상당했다. 오죽하면 다른 학교 출신들보다 압도적으로 그 수가 많은 탓에 파벌 형성을 우려해 사적인 모임을 자제하란 지시가 떨어지기도 했었다. 반면, 대우조선 등에는 경남산업고 동문들의 모임이 활발하단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때는 농업과와 축산과가 있었는데 여섯개 반에 240여명의 학생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27개 반, 900여명으로 불어났죠. 전문계 고교로서 기능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얽힌 일화도 소개한다. 하청농고 시절, 학교에는 주로 연초, 하청, 장목면 출신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하청 출신이 대략 60% 수준이라면 연초와 장목은 각각 20%쯤이었다는 것. 학생회장이 어디 출신이냐에 따라 해당지역 학생들의 일상이 편해질수도, 힘들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1학년때 급장을 맡았던 그는 2학년 말, 학생회장직에 도전했고 당선됐었다. 연초 출신 동기들이 ‘니가 이번엔 돼야 한다’고 절박해하던 기억이 있다고 웃는다. 시대를 떠올리면 그 시절의 학교문화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총동창회장 추대의 경우도 지역별로 안배하고 있단다.

“동창회 조직을 재정비하는 게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요. 몇 가지 복안이 있습니다. 동창회 역사를 새롭게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손 회장이 평가하는 동창회, 말하자면 ‘잘 돌아가는’ 동창회가 학교별로 몇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에선 100년이 넘는 학교 역사를 자랑하는 ‘거제초등학교’, 중학교는 ‘연초중학교’, 고등학교는 ‘해성고등학교’가 총동창회 조직이 잘 돼 있고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였다.

손 회장은 우선 ‘기수별 조직화’를 꼽는다. 특히 동창회지 발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동창회지는 동창회 현황과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료라는 이유에서다. 연초중학교 총동창회에서도 동창회 제작에 관여했던 전력을 되살려 내년 말까지는 반드시 동창회지를 펴낸다는 각오였다.

“동창들의 단합을 높일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지요. 동창회지 제작을 끝내면 장학사업 등도 구상해 볼 생각입니다. 모교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현안에 대해서도 저희 총동창회가 고민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죠.”

공직에 있었던 만큼 ‘시민을 위해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도 많단다. 후배 공무원들에게도 ‘위민행정’을 강조하는 그다.

시인으로, 지역단체 수장으로, 더 바빠진 그는 느지막한 오후쯤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어린 손녀들을 맞으러 간다. 아파트단지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에게도 ‘안녕하세요’라고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그는 성공적인 인생2모작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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