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이 지난 9월 2일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들 제작진과 달리, 이들을 기소한 검찰 수사팀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이 사건의 유ㆍ무죄와 상관없이 검찰 내 요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하고 있어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2008년 6월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 하면서 시작된 이 ‘광우병 보도’사건은 최교일(49ㆍ사법연수원 15기) 당시 대검 1차장의 총괄 지휘 아래 본격화됐다. 그는 수사 지휘와 동시에 언론을 상대로 한 검찰의 고소인 창구 역할을 맡았으며, 특히 'PD수첩 제작진은 무혐의'라고 소신을 지키며 검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어온 임수빈(50ㆍ19기) 당시 형사2부장이 중도 사퇴한 뒤 발생한 검찰 내부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수사를 계속 유지하며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이후 최교일은 서울고검 차장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냈으며, 올해 8월 정기 인사에서 '검찰의 꽃'이라는 서울중앙지검장 위치에 까지 올랐다. 최교일의 뒤를 이어 수사를 총괄한 정병두(50ㆍ16기) 1차장은 수사팀을 형사2부에서 6부로 변경하고, 팀장도 전현준(46ㆍ20기) 당시 형사6부장으로 바꾼다. 이후 정병두와 전현준은 '강경모드'로 수사 방향을 선회하면서 MBC 피디수첩의 이춘근 PD를 체포하고 MBC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그리하여 결국 제작진 5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여 기소권을 남발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MBC PD수첩 제작진의 광우병 보도에 대해서는 비록 일부의 오류가 있지만, 명예훼손 혐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검찰 기소를 강력히 반대하며 검찰의 중립을 지키려고 하였던 임수빈 형사2부장은 당시 검찰수뇌부와의 마찰로 인해 끝내 사표를 내고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에 있다.
지난 2008년 4월29일에 방영된 <PD수첩> '광우병' 편은 방영이후 전국을 뜨겁게 달군 촛불 집회를 촉발하며 사회적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놀라운 것은 2008년 당시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피디수첩 운영진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가 그해 6월 정운천 장관을 대신해 MBC피디 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정치검찰은 임수빈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특별 전담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를 개시하게 된다. 그러나 수사를 총괄 지휘해온 임수빈 대검 부장검사는 기소에 앞서 "보도내용이 오직 정부 비판에만 모아졌고,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이번 수사는 검찰 권력이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얼마나 침해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며, 기소를 하지 않자 끝내 그를 경질시켜 버렸던 것이다.

이번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림으로써 이제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9월2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왜곡. 과장 보도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능희 PD 등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실 농림수산식품부의 검찰 수사 의뢰와 정운천· 민동석의 명예 훼손 고소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코미디 수준으로서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것이 왜 천하의 웃음꺼리가 되느냐하는 것은 요즘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 전문 폭로보다 앞선 광우병 촛불시위 직후인 지난, 2008년 7월 29일 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국회에서 가진 기자 회견을 통해 이미 드러난 바 있었기 때문이다.

옮겨보면 "농림수산식품 부는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알아보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앞서, 외교통상부를 통해 은밀히 미국·영국·독일·일본·스페인·캐나다 등 6개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MBC PD수첩의 인간 광우병 보도 관련 유사 사례 조사'를 지시한 사실을 최근 관련 문서 열람을 통해 확인했다."

그러나 6개 대사관은 선진 6개국 정부가 쇠고기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없다고 보고했다. 특히, 주미 대사관은 친절하게도 미국의 판례에서 "공무원이 언론의 오보를 이유로 명예 훼손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보도 내용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동 보도에 있어 '실질적인 악의'가 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면서 언론의 자유에 무게를 두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공무원이 승소하기 어렵다"는 설명까지 덧붙여 보고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권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의 결정을 적극 환영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과 정부는 반성이나 환영은커녕 오히려 허위보도에 대한 사과를 하라고 강변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무죄 확정 판결이 뜻하는 것은 어떠한 개인이나 권력도 민주주의의 보루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과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의미 있는 판결이 아닌가 생각된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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