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인 금전적 지원보단 지속적인 후원이 중요

한달 급여 150만원, 이중 67만원은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인다. 또 3개월마다 한 번씩은 자녀가 다니는 중학교를 방문해 각 반(27개반)에서 다독학생을 선정, 문화상품권을 전달한다. 수입의 절반이상이 타인을 위해 사용된다.

단체·기관의 지원 없이 수년째 이웃을 돕고 있는 김석록(48·사진) 씨. ‘없는 사람이 없는 사람 돕는다’는 김씨를 이웃들에게 소개해본다.

조선소 작업복에 안전화를 신은 김 씨는 일단 평범한 노동자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가 꺼낸 명함은 고현중학교 참교육 학부모회 운영위원회, 거제경찰서 거제관내 초중고 성폭행 선도운영위원회, 거제사랑 소망 나눔 무병 사회복지 법인 노인센터 후원자 등 그를 소개하는 타이틀로 가득했다.

충북 보은 출신인 그가 20세에 거제도에 발을 들여 28년간 쌓아 올린 선행의 결과다.

김씨는 20세 때 친척의 권유로 거제도에 왔다. 김씨는 보일러 수리공으로 일했는데 수리비를 받기 미안할 정도로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들에게 부품값은 받아도 출장비는 받을 수 없었다고.

출장비를 받지 못할 땐 사장으로부터 질책을 받거나 본인 돈으로 대신 메워야 했다.

퇴근 후, 혹은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보일러 수리를 무료로 고쳐주길 바라는 가정에 들러 봉사활동을 펼쳤다.
홀로 사는 노인에겐 반나절이상을 말동무 해주기도 하고 하룻밤 자고 오는 날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엔 봉사라는 개념보다 서로 도우며 사는 것이었다고 김씨는 말한다.

김씨의 가장 큰 힘은 그의 가족. 이웃을 위해 일하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운 자녀, 남편의 뜻에 따라 이웃돕기에 적극적인 아내가 있어 김씨는 행복하다고 한다.

김씨는 지역 내 여러 봉사단체에서 활동했다. 보일러 수리 기술을 앞세워 청소, 도배 등을 도맡아 왔다.

김씨는 “배운 게 보일러 수리고 이걸로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뿌듯하다”고 말한다.
김씨가 만든 소규모 모임도 있다. ‘사랑의 비둘기가족’이란 모임은 홀몸노인과 소년가장, 그리고 백혈병과 희귀난청병에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돕고 있다.

모임의 회원은 모두 6명. 더 많은 회원들이 활동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사유로 활동을 그만뒀다.

김씨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후원입니다. 단체로 활동하다보면 개인적인 사유로 활동을 중지하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우리가 이웃을 돕는 방법은 돈이나 물건처럼 일시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몸으로 때우는’ 활동인 만큼 지속적이어야 합니다”라며 “지금 6명은 절대 활동을 그만두지 않기로 맹세한 사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비둘기가족’활동 외 개인적으로도 이웃을 돕고 있다.

김씨는 현재 홀몸노인 1명과 소년가장 2명, 형편이 어려운 가정 1가구를 돕고 있다. 집을 방문해 고장난 부분을 고쳐주거나 본인집으로 초대해 정성껏 식사를 대접한다.

김씨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을 직접 찾아다닌다.

김씨는 “지자체 소속기관 또는 관련지역단체에서 소개한 이웃을 직접 방문해 보면 친척들과 함께 생활하거나 이미 지원을 받고 있는 등 도움이 필요치 않은 분들이 더러 있어 문제가됩니다. 명단에 없는 수많은 이웃들이 소외받는 상황입니다.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합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씨는 또 “제 이야기를 통해 많은 분들이 후원해줬으면 합니다. 매월 하루(토요일)만 저와 함께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외로운 노인들의 말동무가 돼주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친구가 됐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조행성 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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