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고 싶어도 마땅히 일 할 기회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저런 제약으로 일 할 권리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은 막막할 수 밖에 없다. ‘소득3만불’ 도시에 빛나는(?) 거제지역도 다름 아니다. ‘근로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서민들이 한 둘이 아닌 것이다. ‘거제지역자활센터’는 바로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자립과 자활을 위한 생기를 불어 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거제지역자활센터가 들어선지 올해 10년째, 서민들에게 ‘꿈과 의미 있는 삶’을 선사하고 있는 이들의 활동을 들여봤다.

‘자활’에 초점, 일자리 개발도 다양

‘거제지역 자활센터(센터장 최영숙)’는 지난 2000년 설립된 거제사회복지지원센터가 모(母) 단체다. 2001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아 2002년부터 사업을 펴왔다.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지원 받아 근로의욕은 있으나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자활’을 돕는 게 설립 취지다. 꾸준한 활동을 벌여오면서 부설기관도 만들었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산하에 ‘거제돌봄지원센터’도 설립됐다. 자활센터는 여타 단체와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봉사단체는 적잖지만 ‘자립과 자활’에 집중하는 단체는 자활센터가 유일한 셈이다.

자활센터의 모토는 ‘꿈과 의미 있는 삶이 있어 즐거운 우리’다. 전문적인 상담과 체계적인 교육으로 참여 주민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연계망을 구성해 다양한 사업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고, ‘공동체형 사업단’ 구성으로까지 이어가고 있다. 자활센터를 통해 취업 등 자활ㆍ자립을 이룬 주민만 100여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일자리 창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자립과 자활에 안착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회봉사까지 아우른다. 근로기회부터 사회봉사까지, 참여주민들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추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센터 소식지 중 하나인 ‘바?에 모여’ 표지에 적힌 글귀는 노동을 통한 자활의 의미를 정확히 짚는다. 노동은 생존하고 행복하기 위해 힘들이고 수고하는 것, 자긍심과 존경을 불러오며 자신을 창조하고 실현하게 하며, 노동하는 마음엔 나도 있고 공동체도 있다는 것, 노동은 기여하고 희망을 낳고 미래를 만들며 능동적이고 긍정적으로 일하며, 하는 일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다른 이들의 수고에 감사하며 열심히 사는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활센터는 거제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데 큰 몫을 해내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일구고 공동작업장도 꾸려

자활센터의 구체적 활동상은 이렇다. 먼저 ‘자활인큐베이터’를 통해 참여주민 스스로 일을 설계한다. 관련 교육과 실습 등을 거쳐 취업과 창업 등으로 자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첫 단추를 뀄다면 자활센터가 마련한 다양한 일자리에 참여하게 된다. ‘자활근로사업단’에는 친환경 세탁비누를 만드는 ‘희망찬’ 사업이 있다. 올해는 시행하지 않지만 각급 학교에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학생을 위한 장애통합교육보조원 양성, 친환경세탁을 도맡는 ‘맑은샘 빨래터’, 한지공예품을 생산하는 ‘종이나무’ 등도 선보이곤 했다. 밭작물을 일구는 ‘무텅이 영농’도 있다. 이들 모두 사회적 일자리로 창출된 사업들이다.

자활근로사업단에는 시장진입형 사업도 적잖다. 장애인 및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거제주거복지센터’가 집수리사업에 나서며, 천연비누를 만드는 ‘새물내’, 캔류와 고철 및 파지 등을 무상수거하는 ‘재활용’도 도맡는다. 특히 자활공동체로는 건물 청소를 해내는 든든한 사업체로 자리매김중인 ‘거제늘푸른사람들’과 초등학교에 상주하는 환경관리사들의 공동체 ‘깨끗한’이 있다. 대우병원에서 공동간병실을 운영하는 ‘거제간병’ 역시 자활센터의 대표적 자활공동체다. 개개인의 자활을 넘어 조직적인 틀을 체계화한 것이다.

자활센터 부설기관 거제돌봄지원센터는 요양보호사 50여명이 지역 내 어르신 150여명을 대상으로 방문요양, 방문목욕, 가사간병방문도우미, 노인돌봄 종합서비스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2009년까지 산모 및 신생아 도우미로 ‘아가마지’란 사업도 폈다. 자활센터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공동작업장인 ‘바랄에 모여’는 사등면 사곡리에 있는데 삼성중공업 도움으로 ‘희망누리 농장’이 설치돼 블루베리를 키워내고 있다. 자활센터 박로미 실장은 “더 많은 서민들의 자활을 위해 센터 직원 모두 노력하고 있다”면서 “여러 자활사업들도 내실을 기하도록 중지를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니인터뷰- 박로미 실장

“서민 자활, 중요한 문제죠”

거제지역 자활센터 박로미(30) 실장은 센터 설립 초창기부터 참여했다. 어떤 일이든 시작이 힘들다는 점에서, 특히 거제지역 서민들의 자활을 위해 여러 궂은 일을 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실장으로부터 센터가 추진하는 사업 전반을 들었다.

- 자활센터는 어떻게 들어섰나.
“비영리 민간단체인 거제사회복지지원센터가 모(母)센터다. 자활센터는 지난 2001년 12월보건복지부로부터 지정받아 2002년부터 정식사업을 벌여왔다. 이후 거제돌봄지원센터도 부설기관으로 설립됐다. 사회복지지원센터 산하에 자활센터와 거제돌봄지원센터가 각각 순차적으로 설립된거다. 자활센터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근거로 기초지자체마다 1개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국 247개소가 있는데 거제는 햇수로 올해 10년째를 맞는다. 초기에는 옥포종합복지관에 사무실이 있었고 2009년 중순에 고현동주민센터 옆으로 옮기게 됐다.”

- 센터가 추진한 사업을 설명해달라.
“자아실현과 함께 근로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참여주민들의 연령도 다양하다. 자활센터는 개소 이래 현재까지 100여명 이상이 취업 등으로 자활 자립에 성공하였다. 현재 자활사업에는 40여명이 참여중이며, 30여명이 자활공동체 3개소를 이루고 있다. 참여주민들이 만든 천연제품과 천연세제 등을 판매하며 천연제품만들기 강좌도 운영하는 전문매장도 열었다. 현재 옥포에 운영 중인 ‘자활속삭임’ 매장은 하반기에 재활용 매장 신설과 함께 자활생산품과 천연제품 만들기 매장으로 확장이전을 계획 중이다. 사업 운영과 함께 월 1회 자활교육의 날을 지정해 전체 참여주민 대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체 워크숍이나 각종 행사들을 통해 참여주민의 역량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 어려운 점은 없나.
“성과화하는게 쉽지 않다. 자활사업은 그 자체로도 공익적으로 매우 유용한 사업인데, 일자리가 부족하고, 경제도 어려운 현실에서 참여주민의 취업, 창업 등의 성과를 요구받으니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 제도적으로도 일반시장에 취업하는 것보다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주민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아서 취업은 더욱 쉽지 않다. 계속해서 평가개선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연간 참여인원 330명이 평가기준으로 제시돼 우리 거제지역(현재 40여명)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지역여건에 맞는 평가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 청소를 맡는 공동체 ‘깨끗한’은 30여개 학교 건물을 관리한다. 적잖은 성과가 아닐까. 10주년을 맞아 거제자활의 성과를 정리, 보고서를 발간하는 게 올해 과제다.”

- 운영은 어떻게 하나. 바람이 있다면.
“센터 인원은 모두 12명이다. 정부와 지자체 예산 10억 정도를 받아 50%는 참여주민 자활급여로, 20% 자활사업비로, 20%는 기관운영비로, 10% 수급자가구 집수리사업비로 쓴다. 후원금 전액은 참여 주민 자녀 교육비로 쓰인다. 후원금도 참여주민에게 도움이 되지만 비누 등 자활생산품 구매와 청소, 재활용 수거 등 서비스 우선 위탁 등이 자활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주거복지, 재활용, 영농, 비누, 청소 등 자활사업 하나하나가 각각의 비전이 있고 마케팅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회가 된다면 각각의 사업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참여주민 또는 담당팀장 등에 대한 인터뷰가 진행되길 희망한다. 다른 바람이 있다면 서민이 마음 편히 일하고 배울 수 있도록 보육시설, 자활매장, 교육장, 작업장 등을 갖춘 자활센터를 건립해 참여주민이 원하고,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업들을 펼쳐나가고자 한다. 계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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