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동물 사랑 실천하는 ‘생명사랑모임회’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은 하루아침에 ‘유기동물’로 처지가 바뀐다. 편히 머물 곳도, 반기는 사람도 없으니 고생이 구만리다. 여기저기 떠돌며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기 일쑤고, 심지어 차에 치여 죽거나 다치는 경우도 더러 당한다. 집이라는 보금자리에서 쫓겨나 가혹한 현실과 마주하면서 적잖은 상처를 받게 되는 것. 이러한 유기동물들을 위해 ‘생명사랑모임회’(회장 최진수)가 발 벗고 나서 눈길을 끈다. 올해 1월 결성된 신생 모임이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돋보인다.

유기동물 보호에 역점 둔 모임
생명사랑모임회(이하 생사모)는 생명 존엄성에 대한 가치를 사회에 홍보하고자 만들어진 시민 모임이다. 특히 동물 사랑을 실천하는 뜻으로 유기동물 보호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들이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던 거제시유기동물보호소의 관리를 자처하고 나선 직접적인 계기도 여기서 비롯됐다.

지난 2일 오전 사등면 사곡리 유기동물보호소. 주인과 집을 잃은 반려동물들을 포획해 한데 모아 놓은 곳이다. 연두색 철조망 울타리 안에 10여 마리의 개들이 짖으며 반긴다. 지역 곳곳에서 버려진 유기견들인데, 몸집과 암수를 구분해 따로 분리돼 있다. 시츄, 슈나우져, 요크셔테리어, 말티즈, 믹스견 등 견종도 다양한 편이다.

대부분 온순한데다 사람의 손길이 그리운 녀석들이라 낯선 이에게도 꼬리를 흔들며 곧잘 다가선다.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자란 듯 털을 다듬고, 옷을 입은 개도 있다. 여러 마리가 있지만 그 중에서 검은색 눈썹을 그린 백구가 제일 눈에 띈다. 그러나 유독 한 마리는 마음의 상처가 큰 탓인지 내내 경계를 풀지 않고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생사모 회원 대여섯 명이 구석구석 청소를 하느라 보호소 안팎을 바삐 움직일 때마다 개들이 무리지어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무척 정겨워 보였다. 회원들이 상처를 보듬고 사랑을 쏟은 덕에 유기동물들이 심리적인 안정을 찾은 셈이다.

회원들은 오전, 오후 하루 두 번씩 이곳에 들러 먹을 걸(사료, 간식, 물 등) 챙겨주고, 배설물을 치운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호소 관리와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으나 회원들의 봉사활동 덕분에 사정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관리 도맡은 후 안락사도 사라져
쾌적한 환경이 갖춰지면서 유기동물들도 한결 나은 ‘대접’을 받고 있다. 크기와 개월 수에 맞는 사료는 기본. 아늑하고 따뜻한 잠자리까지 갖춰졌다. 회원들이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 플라스틱 발판을 깔고 이불을 덮어 준 것. 벽난로를 달아 겨울철 난방에도 신경 썼다. 아프거나 다친 유기동물에 대한 적절한 치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날 역시 회원들이 손수 준비한 약품으로 피부병을 앓고 있는 개들을 정성스레 치료해줬다.

이와 함께 생사모 회원들이 보호소 유기동물들을 돌보게 되면서 달라진 것들 중 가장 큰 변화는 안락사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엔 유기동물 공고기간(10일)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상당수가 안락사로 생을 마쳐야만 했었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유기동물 170여 마리 가운데 120여 마리가 안락사 됐고, 2008년엔 129마리가 안락사 당하는 등 최근 3년간 해마다 130마리 안팎의 유기동물이 새로운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안락사 처리됐다.

하지만 회원들이 보호소 관리를 도맡은 후 안락사 된 유기동물은 아직까지 단 한 마리도 없다. 이는 안락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회원들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50여명 정도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생명사랑모임회는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정기 모임을 가져 활동 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인터넷 카페(cafe.daum.net/geojessm)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캠페인이나 전단지 홍보 등을 통한 회원 배가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의: 010-2363-6500, 011-589-4334)

● 최진수 회장 미니인터뷰

“유기동물도 하나의 소중한 생명입니다”

생명사랑모임회를 이끌고 있는 최진수 회장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동물도 하나의 소중한 ‘생명’으로 여기고 보살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유기동물 처리를 위한 안락사 조치는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거다. 아울러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책임 의식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모임을 결성하게 된 계기는.
“유기동물을 관리하는 거제시의 인식이 잘못돼 있었다. 생명으로 보지 않고, 짐짝처럼 여기는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모임 결성을 생각하게 됐다. 올해 1월 10일 시내 모처 식당에서 뜻 있는 시민 10여명과 함께 발기했다. 유기동물보호소에 방치되다시피 한 ‘생명’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죽어가는 상황을 접한 뒤 거제시 담당부서에 우리가 관리하겠다고 제안해 시작된 것이다.”

- 유기동물보호소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오전, 오후 하루 두 번씩 유기동물보호소를 방문해 사료를 챙겨주는 것부터 청소까지 대부분의 관리를 도맡고 있다. 평소 회원 3명이 생업도 접어두고 매일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휴일에는 대청소를 실시해 유기동물들이 최대한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돕고 있다. 시에서 40만원을 지원받지만 주로 버려지는 동물들이 아프거나 다친 상태여서 치료비가 만만찮다. 예산 확충이 뒤따라야 할 부분이다.”

-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들도 문제인데.
“유기견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책임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동물이 숨을 거둘 때까지 책임을 다할 자신이 있는 사람이어야만 하는 거다. 반려동물을 갖고 놀다 버리는 ‘장난감’ 정도로 여겨선 안 된다. ‘충동구매’ 역시 ‘유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신중해야 한다.”

-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계획은.
“모임의 목적이 생명의 존엄성을 알리는데 있는 만큼 포인트는 여기에 맞추고,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일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하루 속히 정확한 규정에 따라 동물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비단 거제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전국적인 확산과 동참이 필요하다. 특히 반려동물 예방접종이나 등록 등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정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생명에 대한 존엄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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