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거제고로쇠협회 유원주 회장

“올해는 날씨 탓에 물이 줄었습니다. 워낙 한파가 심하다보니.. 삼한사온의 기후가 돼야 하는데 겨울가뭄이 지속되면서 채취량이 줄긴 했지요.”

눈이 잘 내리지 않는 거제기후에서 비 소식도 드물었고 한파까지 연일 겹치다보니 고로쇠 물이 줄 수 밖에 없었다고 유 회장은 말한다. 그나마 최근 폭설에 거제에도 7cm의 눈이 쌓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유 회장은 고로쇠 물 채취에만 15년여를 보냈다. 다른 농사도 짓고 있지만 고로쇠 물도 농가소득으로 꽤 쏠쏠하다. 한 해로 셈하면 고로쇠 물 채취에 참여하는 농가 60여 세대가 1월말부터 3월초까지 약 40만 리터를 생산하고 8억여원의 수익을 올린다. 공동 판매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오늘 약수제를 치르는 자연휴양림이 분포하는 노자산도 고로쇠 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이죠. 노자산, 가라산, 북병산, 계룡산 자락에서 2만 그루가 자생하고 있습니다.”

고로쇠 물이 약수로 음용된 유래는 이렇다. 통일신라 말 도선국사가 백운산에서 도를 닦던 중, 이른 봄 득도에 이르러 잠시 쉬다 일어서려 했으나 무릎이 펴지지 않아 나무를 잡고 일어서려는데 마침 부러진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을 마시고 무릎이 펴졌다는 것이다.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뜻에서 골리수(骨利水)라 부르고, 지방에 따라 고리수, 고로쇠 등으로 불린다는 것. 거제 고로쇠 물은 전국에서 제일 먼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이 오기 전에는 물이 적을 것 같아 걱정도 됐지만 꼭 나쁜 게 아닙니다. 맛이 진해지거든요. 고로쇠 약수는 살얼음이 약간 얼었을 때 음용하는 게 최고 좋습니다.”

농도가 짙어진다는 것이다. 고로쇠 물을 채취하는 방법은 나무 둥치에 드릴로 1.5cm 깊이 구멍을 만들어 무공해 비닐백이 달린 실리콘관을 꽂으면 끝이다. 줄기 굵기에 맞춰 구멍 개수도 조정한다. 10cm 굵기라면 1개만 뚫는다. 많이 나올때면 구멍 하나에서 하룻밤 6리터까지 받아진다는 게 유 회장의 설명. 오전이나 밤에는 나오지 않고 주로 낮 오후에 나온다고 했다. 날씨에도 예민해 궂은 날이면 한 방울도 보이지 않는단다. 삼한사온을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볕이 잘 드는 온화한 날씨엔 나무 하나에서 대여섯번씩 받을 수 있다.

“면역력 강화에 좋다고들 합니다. 뼈에 이롭다는 유래가 있듯이 골다공증 개선에도 좋고 천연건강음료라 할만하죠. 고로쇠 약수로 막걸리도 개발했습니다.”

고로쇠 물 채취가 거제에서 더 빠른 까닭은 뭘까. 거제는 화강암으로 이뤄진 지질과 온난한 기후 덕택이라고 유 회장은 말한다. 은은하면서도 특유의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거제 고로쇠 물은 ‘거제도 참믈 고로쇠’라는 브랜드도 만들어졌다. 특산품 판매장에서 찾을 수 있고 개별 생산농가에서 전화주문을 받아 직판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아직까지 ‘거제팜몰’ 등 인터넷으론 구입할 수 없어 조치가 시급한 편이다. 다행히 농업기술센터에서 거제팜몰에 거제 고로쇠 약수를 추가하기로 계획을 잡고 있다.

“지리산 고로쇠 물은 냉동창고나 자동포장시스템 등이 잘 갖춰져 있다 합니다. 거제에서도 고로쇠 약수의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해 이 같은 조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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