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나 SSM(Super supermarket) 등 거대자본의 지역상권 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전국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거제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1년여전 SSM 거제진출을 두고 지역상인들의 한숨이 컸었고 지역상인들의 노력으로 나름의 절충안을 찾기도 했으나 소상공인들의 위축을 걱정하는 분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국회에서 최근 통과됐지만 말이다. 앞서 지역상권 보호와 활성화를 위해 탄생한 아이템이 ‘거제사랑상품권’이었다. 5년여 전, 월간거제 변광용 기자(현 거제신문 편집국장)의 지역상품권 도입 주창과 행정 및 소상공인의 공감대가 어우러져 지역상품권은 결실을 보게 됐고, 이제는 없어선 안될 우리지역 소상공인들의 ‘효자 아이템’이 되고 있다. 이 상품권 판매와 홍보를 맡고 있는 민간단체가 ‘거제사랑지역경제협의회(회장 백말숙)’다.

5년 전, 상품권 추진위 구성 ‘첫 단추’

재래시장 등 소상공인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지역경기를 부양시킨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거제사랑상품권은 지난 2005년 첫 단추를 뀄다. 그해 7월 지역상인들과 거제시의 간담회를 거쳐 8월 거제사랑상품권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관련 조례도 제정됐다. 2006년 6월엔 이사진을 구성해 거제사랑상품권 판매와 홍보를 도맡게 될 ‘거제사랑지역경제협의회’를 창립하기에 이른다. 협의회는 재래시장 상인들을 비롯해 시의원도 고문으로 참여하게 됐다.

협의회는 상품권 판매와 가맹점 유치를 위해 소매를 걷었다. 거제지역 거리 곳곳에서 홍보활동을 폈고 대우, 삼성조선소 앞에서도 홍보활동을 꾸준히 펴왔다. 각 기관단체에도 공문을 보내 상품권 구매를 당부했다. 이들이 펼친 각고의 노력에 힘입어 거제사랑상품권을 사용하는 빈도도 늘어갔다. 해가 지날수록 상품권 판매액도 늘었다. 거제사랑지역경제협의회가 활동을 시작한지 만 4년이 지난 올 9월까지 판매액은 무려 356억여원에 육박했다.

가맹점도 1000개소 유치를 앞두고 있다. 지역상품권을 도입한 도시들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으로 꼽히고 있다. 협의회에 따르면 거제사랑상품권 판매액은 전국에서 1위다. 2위를 차지하는 경기권 자치단체와도 100억 이상의 차이다. 거제지역 조선사도 큰 도움이 됐다. 명절이면 거제사랑상품권을 직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는데 액수가 상당하다.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키는 작지 않은 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협의회의 공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소외이웃 집수리 봉사 등 사회환원 활동도

협의회는 상품권 판매와 홍보 외에도 지역사회를 위한 환원활동도 꾸준히 다져왔다. 환전수수료 1%를 적립해 대우조선노동조합과 함께 홀몸노인 등 소외이웃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힘을 보탰다. 그렇게 참여한 ‘희망의 집’ 프로젝트는 벌써 20세대에게 혜택을 줬다. 해마다 네 차례 동참하고 있다. 지역상권 활성화와 사회환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여망을 위해 행정을 보조하는 단체로만 머물지 않고 있다는 것.

협의회의 최근 고민은 지역내 백화점의 거제사랑상품권 도입 여부다. 최근 거제시의회 간담회에서 협의가 있었지만 거제사랑상품권의 근본 취지를 생각한다면 백화점을 가맹점으로 가입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상권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해 도입한 제도라는 점에서다. 거제사랑상품권을 백화점내 개별 점포에서 사용하더라도 결재처는 백화점 운영사에 귀속되는 등 상품권 근본 취지를 크게 뒤흔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협의회 창립 초창기부터 상품권 판매와 홍보활동 및 봉사를 도맡아 온 백말숙 회장은 “소상공인 보호와 지역 유동성의 역외유출 방지가 상품권 도입 취지”라고 입장을 분명히했다. 백 회장은 또 “거가대교 개통 이후 지역상권의 부산 흡수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거제사랑상품권 제도를 그간 잘 정착시켜온 만큼, 지역 소상공인들의 상권 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홍보활동을 배가할 작정”이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배려를 당부했다.

● 미니인터뷰- 백말숙 회장

“거제사랑상품권, 홍보대사가 됩시다”

백말숙 회장은 협의회 창립 시기부터 상품권 판매와 홍보를 맡았다. 2007년 9월부터 회장직을 맡아 홍보 최전선에 나서왔다. 거제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그는 상품권 홍보에 잔뼈가 굵어온 만큼 지론도 명확하다. 고현동재래시장 한 켠에 자리한 협의회 사무실에서 백 회장을 만났다.

- 지역내 백화점의 상품권 가맹점 가입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던데.
“거제사랑 상품권의 근본취지를 잘 알아야 한다. 재래시장과 중소상인들의 보호와 지역 자금의 역외유출 등을 막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백화점과 지역내 기존 상권의 로드샵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에서 상품 구매시 결제처도 개인점포가 대상이 아니라 백화점 운영사가 된다. 게다가 백화점을 가맹점으로 하면 SSM이나 홈플러스 등도 가맹점으로 가입시켜 줄 수 밖에 없다. 거제사랑상품권의 취지와는 모순되는 처사가 되는 것이다.”

- 골목 상권이 그만큼 중요하단 얘기로 들린다.
“맞다. 양의 문제로 볼 게 아니다. 백화점을 가맹점으로 할 경우 홍보는 더 잘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역기능이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 백화점은 부산권 백화점과 경쟁체제로 가야한다고 본다. 거제사랑상품권은 지역중소상인과 재래시장 보호를 위한 제도로 출발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해줬으면 한다. 거제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대형마트나 SSM 입점으로 인해 골목상권 위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좀 큰가. 이런 현실을 잘 이해해야 할 것 같다.”

- 활동을 잘 이어왔는데, 좀 더 발전적 방안이 있다면.
“우리지역 상품권 판매는 독보적이다. 조선소 도움도 컸지만 그 외 시민사회에서도 판매총액의 30%를 구매해줬다. 상품권 사용처를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를테면 택시업계에도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특히 상품권을 구매할 때 신용카드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현재는 현금으로만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불편이 없지 않다. 각 기관단체들에 대한 홍보활동도 강화할 생각이다.”

- 재래시장 등 전통상권을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거가대교 개통 이후엔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상인들의 친절 마인드가 중요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래시장만의 이벤트도 필요하다 본다.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도하기 위한 나름의 아이디어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협의회 차원에선 현재 삼성중공업 사내 새마을금고와 협약을 맺어 상품권 판매창구를 마련할 예정이다. 대우조선 사내 새마을금고와도 같은 협약을 맺어 보다 판매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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