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및 무주택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건설된 거제지역 ‘국민임대주택’에서 ‘불법전대’ 행위가 횡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택관리공단이 단속을 위해 소매를 걷었다. 장평동 2택지지구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장평3주공아파트’와 일운면 소동리 일원에 들어선 ‘일운 휴먼시아 아파트’가 해당된다. 독거노인 등 저소득·무주택 세대가 입주해야 할 아파트에 고가의 ‘고급승용차’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등 ‘불법전대’로 의심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주택공사 측은 의심 사례를 가려내기 위해 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다. 거제시도 행정력을 보탠다는 방침이다.

저렴한 보증금·임대료 노린다

불법전매나 전대행위가 국민임대주택에서 횡행하는 것은 전국적인 추세다.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는 10년간 불법 전대 건수가 194건에 달했다. 일반 아파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노린 행위인 셈이다. 일운면 소동리 일원에 지난해 6월 준공된 ‘일운 휴먼시아 아파트(470세대)’와 2008년 7월 입주가 시작된 ‘장평3주공아파트(405세대)’도 불법전대 행위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풍문이 적잖다.

이들 아파트는 44㎡(13평형)의 경우 보증금 700만원에 월 임대료는 6만원이다. 76㎡(23평형)도 보증금 1700만원, 월 임대료 15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거제지역의 아파트 가격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시각이 있는 만큼, 일반 아파트 시세에 비해서도 무척 저렴한 조건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입주자격이 되지 않는데도 편법을 써서 입주해 있거나 불법전대로 거주하는 사례가 적잖다는 얘기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운 휴먼시아 아파트는 지난해 중순 입주를 마친 이후 ‘무주택’ 기준에 반하는 일부 세대가 적발돼 퇴거 조치됐다. 주택관리공단 일운사무소에 따르면 입주 계약 당시 주택을 소유하고 있던 다섯 세대가 입주시 주택을 처분했지만 입주 기준 위반으로 적발됐다는 것. 장평3주공아파트도 일부 세대가 조선사 근로자들의 숙사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일자 조사에 나서 두 세대를 퇴거 조치하기도 했다.

저소득자가 고가 고급승용차?

아파트내 ‘고급승용차’도 불법전대 의심사례로 지목되는 요인이다. 국민임대주택 입주자격에는 현재가치 기준 2424만원 이하(매년 10%씩 감가상각)의 자동차를 소유했을 때만 입주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을 웃도는 고가의 중대형 고급승용차들을 타는 입주자들이 더러 엿보인다는 것이다. 일운 휴먼시아 관리사무소 정경안 소장은 “명의를 바꿔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사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운전자와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차량이 등록돼 있을 경우 일종의 편법인 셈이다. 국민임대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친족 등의 명의로 손쉽게 바꿀 수 있는 탓이다. 주택관리공단도 실제 운전자와 차량 명의가 다른 경우 근거가 애매해 조치에 애를 먹고 있다. 장평3주공아파트 관리사무소 장성철 소장은 “차량 명의와 관련해 정확한 근거 마련을 위해 국토해양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풍문은 분분하지만 정확한 실태가 낱낱이 규명되진 않은 상태다. 풍문에 비해 불법전대 사례가 극히 일부이거나, 풍문대로 감시의 틈을 비집고 저소득자로 행세하며 타인 명의로 바꿔논 고급승용차를 타면서 국민임대주택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사례가 적잖을 가능성도 있다. 주택관리공단도 이에 따라 단속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정부 방침을 감안해 실질적인 감시 체계를 세워 불법 행위를 근절한다는 계획이다.

공단 “부정입주자 발본색원”

주택관리공단에 따르면 실제 계약자 거주확인을 위한 직접방문과 일시부재 세대에 대한 추가확인, 장기부재 세대에 대한 지속적 방문관리 등 단속 업무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불법전대 행위에 대한 감시업무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부정입주자 신고센터’를 운영키로 하고 포털사이트와 생활정보지를 통한 불법거래 정보 여부도 세세히 살핀다는 계획이다. 차량 소유자 확인 등도 지자체를 통해 보완하기로 했다.

일운휴먼시아와 장평3주공 관리사무소도 불법전매금지를 경고하는 공문과 펼침막 등을 최근 내걸었다. 불법적으로 임차권을 양도해 부정입주자로 적발될 경우, 주택을 환수하는 동시에 고발 조치하고 임대주택법에 의거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는 점을 명시했다. 부정입주자에 대한 입주민들의 신고도 당부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사무소에도 불법알선 금지협조를 알리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일운관리소 정경안 소장은 “우리 아파트 입주 취지를 저해하는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다각도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입주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랐다. 정 소장은 다만, “입주자가 자주 바뀌는 평형에 비해 44㎡ 세대의 예비 입주자 순위가 고정돼 있다보니 불법전대 의혹을 키우기도 한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거제시도 향후 주택관리공단의 요청이 있을 경우 단속과 관련해 행정력을 보탠다는 입장이다.

전의승 기자  zes2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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