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운/KFG 경남 BO 부지점장, 재무설계사

거제에서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약 4만여명. 아무래도 조선관련 업종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현장에서 도깨비같은 위험과의 경계에 서서 일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안전관리는 언제나 강조되고 사뭇 아침 현장조회는 군대에서의 아침점호를 떠올리게 할 만큼 힘찬 구령으로 시작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자칫 사고의 당사자일 경우 이들에게 남은 일은 무엇일까? 가장 바라는 것은 당연히 건강의 회복이겠지만 모래나 물이 아닌 위협적인 철재와 인간의 충돌은 오랜 기간의 치유과정을 요하거나 장애를 낳기 십상이다.

동시에 기대할만한 것으로 산재보험이나 개인 보험에서의 보장혜택이 남은 삶을 좀 더 보상받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희망으로 남는다. 막상 건강할 때에는 몸이 재산인 역꾼들에게 보험은 얍샵한 영업맨들의 유혹으로 치부해 버리지만 막상 사고가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보험의 득을 계산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접하는 손해보험의 보상 약관에는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에 발생한 사망사고는 보상에서 제외된다. 물론 물 위 선박에서 작업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어차피 조선소 현장에서 근무할 경우 처음부터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의 한도는 하향 조정되어 가입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흔히 속된 표현으로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사고로 차라리 죽는 것보다 장애인 되는 게 더 큰 일이다”라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 다시금 조선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나아가 그 어떤 정상적인 직업에 뛰어들기도 불가능할 수 있다.

그러다 자칫 병이라도 걸리면 여기저기 조금씩 받았던 보상금으로 생활비에 치료비에 노후대비까지 해야 한다면 지급받은 보험금은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바닥을 보게 될 것이다.

불과 몇 해 전까지 만해도 이렇게 보험에 가입한 사람의 몸이 80%이상 장해를 입게 되는 ‘고도후유장해’ 상태에 이르게 되면 이미 가입하고 있던 보험의 소멸 또는 존속이 나뉘어져 있었다.

다시말해 어떤 보험은 ‘고도후유장해’ 상태가 되면 사망보험금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받고 나머지 암진단금, 뇌졸중진단금, 치료비를 보상해주는 의료실비 등등 그 외 특약이 소멸되어 즉 전체계약이 소멸되는 경우, 또는 반대로 앞서 말한 특약들은 그대로 보험의 만기까지 유지되어 장해상태에서도 질병에 대한 보상은 받을 수 있고 이미 지급받은 장해보험금만 사라지는 형태의 보험이 있었다.

현재에도 M화재 상품 모두와 H사의 한 상품은 그러한 취약한 약관을 유지하고 있으나 다른 여러 손해보험사의 통합보험들과 그 외 많은 상품이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바뀌어졌다. 결국 금감원은 2011년 4월부터 가입하는 나머지 모든 장기손해보험이 이렇게 고도후유장해상태가 되더라도 나머지 특약은 살려두는 형태로 바뀌도록 통일할 것이다.

보험은 여느 제조상품과는 다르다. 구매자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적합한 상품을 고를 줄 아는 안목과 노력이 있어야한다.

광고에 현혹되거나 다른 사람이 가입해서 좋았다는 부추김에 선택할 물건이 아닌 것이다. 사고를 대비한 것이 보험이니 만큼 사고이후의 모습까지 고려하다보면 좀 더 신중해질 것이라 생각된다.

새거제신문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