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일상에 찌든 현대인에게 휴식은 필수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걷거나 쉬면서 함께 날려버릴 수 있다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걷기 코스가 거제에도 있다. 노자산(565m) 자락에 자리한 거제자연휴양림이 그런 곳이다. 숲의 향기에 취해 거닐다보면 어느새 가벼워진 몸 상태를 느낄 수 있는 자연이 준 ‘피로회복제’ 휴양림으로 떠나보자.

거제자연휴양림은 동부면 구천리 노자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경사가 완만해 걷는데 큰 무리가 없고,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치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들이 그려내는 전망 또한 일품. 날씨가 좋으면 대한해협 너머 대마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다만 도심과 이곳을 이어주는 교통편이 열악한 것이 흠. 시내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능포에서 하루 5회, 고현에선 단 두 번뿐이라 시간에 쫓기는 이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게 낫다.

지방도 1018호선을 따라 구천댐을 끼고 달리다 구천삼거리에서 우회전 한 뒤 연담삼거리가 나오면 좌회전. 거제면 쪽에서 진입할 경우엔 우회전이다. 멀리 보이는 노자산이 어서 오라며 손짓하는 듯 하다. 그대로 쭉 달려 고갯길을 오르다보면 알파벳 ‘U자’로 굽어지는 구간 오른편에 거제자연휴양림 입구가 나타난다. 장승포와 해금강 방면에선 학동삼거리를 거쳐 고개를 넘어오면 된다.


커다란 바위에 음각된 ‘거제자연휴양림’이란 글귀, 철재 안내판과 더불어 코끝을 파고드는 숲내음이 벌써부터 발길을 잡아끈다. 매표소로 향하는 길 양쪽엔 동백이 수줍은 꽃망울을 터트려 도보객을 맞는다. 안으로 들어서니 말끔히 정돈된 주차장 밑으로 텐트를 칠 수 있는 목재 데크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특히 등산로, 산책로, 야영장, 방갈로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온 가족이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1993년 개장했으며 전체 면적이 120ha에 달한다. 하루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 관리는 거제시시설관리공단이 맡고 있다.

잠시 휴양림 안내도를 살핀 후 주차장을 돌아 위로 난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는다. 주변이 온통 나무 천지다. 소나무, 단풍나무, 쪽동백나무, 당단풍, 노각나무, 왕벚나무, 참나무 등 수종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몇 그루는 노란색 이름표가 달렸다. 종류와 이름, 개화시기, 쓰임새 등이 간략하게 적혀 있다. 나무의 이해를 돕는데 효과적일 것 같다.

길 한쪽엔 하늘로 빌딩처럼 솟은 나무가 있는데 주로 가로수나 공원수로 식재되는 메타세쿼이아. 최고 35m까지 자란다.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목이 아플 지경. 완만한 경사의 짧은 오르막 끝에 서면 왼편으로 휴양림의 백미(白眉) 삼림욕장이 펼쳐진다.


그대로 직진해 평지를 걸으며 주변을 즐겨도 좋지만 이 코스를 놓칠 수는 없는 법. 돌계단을 따라 피톤치드의 보고로 들어선다. 삼림욕이란 울창한 숲 속에 들어가 거닐면서 신선한 공기를 가슴속 깊이 들이마셔 숲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를 맘껏 즐기거나, 피부에 닿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만큼 통풍과 땀 흡수가 잘되는 간편한 복장이 제격.

산림욕을 하게 되면 몸과 마음이 맑아져 안정을 가져오며, 더불어 건강도 좋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건강증진법인 셈이다. 띄엄띄엄 놓인 벤치에 앉아 한동안 사색에 잠겨도 좋고, 책을 읽거나 좁은 길을 따라 숲의 속살을 제대로 느껴도 그만이다. 비가 내린 후여서 그런지 걸음이 닿는 땅바닥의 감촉이 마치 스펀지처럼 부드럽다.

연하게 감도는 숲의 향기가 청량감을 더한다. 이러한 향기의 성분이 바로 피톤치드(Phytoncide). ‘Phyton’(식물)과 ‘cide’(다른 식물을 죽이다)의 러시아 합성어다. 식물이 자라는 과정에서 상처부위에 침입하는 각종 박테리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산하는 방향성 물질로 사람의 피부를 자극시켜 소염, 소독, 완화시키는 등 약리 작용을 한다. 또 정신을 안정시키고 해방감을 주며 축적된 정신적 피로를 해소시켜 주는 복합적인 효과도 있다. 숲이 간직한 보물과도 같은 존재인 것.

피톤치드를 제대로 느끼려면 시기적으로 나무가 잘 자라는 초여름과 늦가을이 적기다. 하루 중에는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가 가장 좋다. 장소 역시 잘 따져야 하는데 산 밑이나 산꼭대기보다 산중턱의 숲 가장자리에서 100m 이상 들어간 깊은 숲일수록 방출되는 테르펜이 많아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삼림욕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 후엔 노자산의 맑은 계곡이 기다린다. 다리가 놓인 사방댐을 지나면 물소리가 귓전을 스치는데 바위를 타로 흘러내리는 가는 물줄기가 몸속에 남은 찌꺼기마저 말끔히 씻어 내리는 기분이다. 앞쪽은 ‘숲속수련장’. 단체 야영객이 한 번에 묶을 수 있는 넓은 크기의 산막이다. 홈페이지에서 본 내부는 흡사 군대의 내무반 같은 구조인데 예비역 남자라면 그때의 추억이 떠오를 만 하다.

그대로 계속 걸으면 물탱크를 지나 주차장이 나오고 야외교실과 체력단련장이 마련돼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발길을 돌려 숲속수련장 쪽으로 나와 밑으로 내려가면 ‘산림문화휴양관’. 숙박을 할 수 있는 복도식 건물인데 세미나실까지 갖추고 있어 대규모 인원도 수용 가능하다. 주위엔 야영데크와, 번호표가 붙은 텐트장이 옹기종기 만들어져 있어 각종 나무들과 어울려 아기자기한 풍경을 자아낸다.

조금 더 내려오면 왼편에 관리사무실이 자리해 있다. 휴양림에서 숙박을 하거나 기타 궁금한 것들이 있을 땐 이곳에 들러 안내를 받으면 된다. 관리사무실 주변에도 여러 시설이 들어섰다. 매점을 비롯해 음수대, 다섯 명이 묶을 수 있는 중간 크기 산막 등이 나무 그늘 밑에 터를 잡았다.

매점 아래 길을 따라 가면 데크장이 나오고 주차장 옆에 마련된 어린이놀이터를 마주한다. 작은 그네와 미끄럼틀이 앙증맞다. 인근에는 샤워장(여)과 취사장, 산막이 그림처럼 놓였다.1열종대로 나란히 앉은 ‘숲속의 집’너머엔 노자산의 청정계곡이 흘러 고즈넉한 분위기를 돋운다. 특히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끊임없이 들려와 걷는 재미를 더한다. 계곡에 놓인 자그마한 나무다리도 눈길을 잡는 볼거리 가운데 하나.


이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22동), 청소년수련장(22동), 텐트장(20개소), 야영데크(38개소), 야영장(1개소) 등의 주요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기타 편의시설로는 대피소(1동), 취사장(6동), 전망대(1동), 샤워장(2동), 벤치(122개), 야외탁자(22개), 급수대(5개소), 야외화장실(4동), 주차장(2개소) 등이 있다.

노자산(老子山)에 대한 설명도 빠뜨릴 수 없다. 불로초와 절경이 어우러져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신선이 된 산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이 산은 동남쪽에 동부면 구천·부춘·학동을 끼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가라산(580m)과 연결돼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위로 우뚝 솟아 시야가 시원스레 트여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가을 단풍이 절경인 이곳에는 여러 종류의 희귀 동ㆍ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데 특히 세계적으로 희귀조인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어 신비의 산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동열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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