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슈퍼(SSM) 진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식자재와 생필품 등을 납품하는 거제지역 대리점 등 유통업 종사자들이 협의체를 발족하고 나섰다. 골목 상권으로 불리는 동네 슈퍼들이 슈퍼마켓협동조합을 구성해 조직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유통업 종사자들은 그간 친목단체 성격의 대리점 협회만 만들어져 있어 유통 상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6일 고현수협에서 발대식을 가진 ‘거제유통상인회’는 중소상인 거제대책위원회의 한 축을 맡아 체계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각오다. 유통상인회를 이끌게 될 이강석 회장을 발대식 현장에서 만났다.

‘SSM’ 진출 대비해 유통상인 협의체 지난 6일 발족
슈퍼마켓협동조합 등 중소상인대책위 한 축 맡기로

“대리점협회가 구성돼 있긴 했죠. 순수 친목단체였습니다. 최근 격화된 기업형슈퍼 진출 논란을 지켜보면서 우리 유통상인들도 제대로 된 협의체를 꾸려보자는 중지를 모으게 됐습니다.”

거제에서 15여년간 냉동식품 대리점을 운영해오며 유통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이 회장은 기업형 슈퍼가 들어올 경우 거제지역 유통상인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가 자명하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대형 마트나 기업형 슈퍼는 납품도 직영 체제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지역 유통상인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 거제지역에서 SSM 진출 논란의 원인이었던 ‘GS슈퍼’ 옥포점 앞에서도 거제지역 유통상인들은 천막 농성을 지속해 왔다. 사실 7년여전 대형마트 입점 논란 당시에도 유통상인들의 협의체 구성을 시도했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유통상인회 발족을 위해 여러 차례 상인들과 협의를 해왔습니다. 지난 9월말 마지막 협의를 거쳐 오늘 발대식을 갖게 됐습니다. 회원은 100여명이 가입했죠. 참여를 늘려갈 생각입니다.”

기업형슈퍼 입점 논란과 맞닿아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도 거침없는 성토를 쏟아냈다. 지식경제부는 중소상인들의 요구가 적잖게 축소된 개정안마저도 상당수 받아들이지 않아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 그는 정부의 밑그림이 다시 마련돼야 한다며 중기청의 스마트샵 육성 방안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중소기업청은 기업형슈퍼 논란이 격화되자 중소상인 경쟁력을 위해 6000억원을 들여 ‘스마트샵’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었다.

“스마트샵을 육성하겠다는데 중소상인들의 위기를 제대로 알고 마련한 계획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계획을 들여다보면 ‘스마트샵’이란 게 SSM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중소상인들의 지역기반이 허물어 질 수 밖에 없다는 느낌도 들어요.”

그는 기업형슈퍼나 대형마트의 소비 편익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마음도 이해한다고 했다. 다만, 이들 대형 유통점이 들어서면 이윤은 모조리 본사가 거둬가고 중소상인 등 지역민들의 기반을 흔들게 되는 악영향 밖에 남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민들의 이해를 바랐다.

“요즘은 그래도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형슈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예전에 비해 높아지는 추세거든요. 유통상인만의 단체가 아닌, 거제시민을 위한 지킴이가 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전의승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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