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주 /변호사(김&구 법률사무소)

얼마 전 이웃에 사는 선배와 우연히 만나 이야기하던 중 집을 내놓았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내년이면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조선소 상황을 봐라! 협력업체 사장들이랑 가끔 만나는데 울지 않는 사람이 없더라!” 가 대답의 요지였다.

그래도 세계 2, 3위의 조선소가 그렇게 쉽게 무너질까? 아마도 세계적 금융불안 이후에 벌어지는 경제불황의 여파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경기호전에 따라 나아지지 않겠는가? 얼마 전까지의 나의 막연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난 달 16일부터 3일간 대우조선 고문변호사의 자격으로 조합원 출신의 시·도의원들과 현장 민생상담을 하면서 위기의 징후를 몸으로 알 수 있었다. 상담 둘째 날 대우조선 협력업체 협의회 회장이 직접 찾아와 대화를 요청했다.

“지난달에만 협력업체 4-5개가 문을 닫고 떠났다.”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점심을 시내에서 먹지 않고, 구내식당에 해결하는 경우가 늘었다.” “술자리도 자제한다.”고 한다. 결국 협력업체가 떠나면 그 직원들이 기숙사로 사용하는 원룸 등이 비게 될 것이고, 그들이 소비해 오던 음식점 등의 매출은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나아가 정규직 직원들의 불안과 소비심리의 위축은 더욱 지역경제를 어둡게 할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삼성조선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주의 급감 및 취소로 인해 물량은 당연히 줄어들었고, 생산라인에 따라 협력업체는 떠나야하는 현실은 비슷하다. 게다가 양대조선의 현장에는 정규직이나 사무직 사원에 대한 정리해고 이야기까지 떠돌고 있다.
다시 수주를 한다하더라도 설계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현장에서 실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2년 안팎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앞으로 1-2년 정도가 지역조선산업의 앞날과 지역경제의 명암이 갈리는 중요한 시기임이 틀림없다.

문제는 대책이다. 물론 조선경기에 대하여는 국제적인 경기회복의 문제도 있고, 일차적으로는 양대조선의 경영진을 비롯한 노사 모두가 그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나머지는 거제시의 대처다. 조선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대안은 어렵다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조선산업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중장기적인 대책은 마련되어야 한다. 내년으로 다가온 거가대교의 개통에 따르는 전망도 불투명하다. 관광해양에 대한 인프라구축을 비롯한 대응책 또한 더디거나 부분적인 것에 그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상투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근에 만난 일본에 관하여 능통한 분의 제안이 생각난다.
그는 필자에게 사등면 취도에 있는 유명한 일본장군 도고 헤이하치로의 전승기념탑에 관한 얘기를 했다.
“일본에서의 도고는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과 같은 존재일 걸세.”
도고는 이순신 장군에 대하여 “나를 전쟁의 신(神)이자 바다의 신인 이순신 장군에게 비유하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다”라며 존경을 표한 장군이라는 등 러일전쟁 당시의 도고의 활약상과 지금의 취도 기념탑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말끝에 조심스럽게 나온 것이 기념탑을 일본인 관광객과 자본을 유치하는 소재로 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 분의 견해는 일본 학생들의 수학여행코스가 되고, 지금은 부산으로 오는 일본관광객들이 부산과 경주를 둘러보는 것이 대부분인데 절반이상은 거제(취도)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더욱 접근성이 용이하고, 그 수요의 증가에 따라서는 일본-거제간의 직항로도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도 덧붙였다. 필자는 “뜻은 모르는 바 아니나 과거사에 관한 민족정서가 그것을 용납할까요?”하고 문제점을 던졌다.

물론 이전에도 지역사회에서 이 기념탑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던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 후 곰곰이 생각했다. ‘단순히 기념탑을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평화파크나 인근 한산대첩, 옥포대첩과 더불어 해전사박물관을 건립 같은 것, 또는 수익금의 일부분을 정신대할머니들을 위한 기금이나 항일투사들의 후손들을 지원하는데 사용한다면 어떨까...’
몇해 전 일본 히로시마에 간적이 있다. 히로시마는 알다시피 2차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이고, 일본이 항복하는 계기가 된 곳이다. 일본은 자기들의 침략전쟁에 대하여는 아무 언급도 없이 히로시마가 원폭피해지임을 내세워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그 역사현장을 평화를 내세워 관광상품으로 팔고 있었다. 얄밉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 발상의 전환이 부럽기도 했다.

우리 거제도 이제 다리하나 건물하나 도로하나를 개설하더라도 발상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으며, 그것이 이 위기에 대처하는 첫 단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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