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를 대표하는 특산물 ‘유자’가 지난달 말, 올해 첫 결실을 보면서 수확이 한창이다. 국내유자 생산의 대표 지역 중 하나인 거제에선 주로 사등·거제·장목·하청면 등에서 연간 1천톤 가량의 유자가 생산되고 있다. 거제유자는 지리적 특성으로 다른 곳보다 높은 당도와 향이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황은 좋지만 마냥 낙관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새로운 유자 생산지로 떠오르며 판로 구축에 나서고 있는 전남 고흥 등 타 지역의 추격세가 만만찮기 때문. 이 지역들의 유자 생산량과 판매망 수는 부쩍 높아진 추세로 알려지고 있다. 유자 농가들로 조직돼 있는 ‘거제유자연구회’ 김연석(69·사등면 지석리) 회장도 이 같은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는 듯 했다.

10월 말 첫 수확, 예년보다 다소 빨라
‘생산-가공-유통’ 분업 체제 확립 강조

“올해는 예년보다 수확이 다소 빨랐습니다. 지난해에는 11월 초순부터 본격적인 수확에 나섰지요. 올해 비가 적게 내렸거든요.”

김 회장이 사등면 지석리에 터를 잡고 유자 농장을 꾸려온지도 10여년째. 속이 꽉 차고 빛깔이 탐스러운 유자들을 매만지면서도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해 보였다. 품질 좋은 유자를 수확하면서도 나름대로 걱정거리가 있으리라 싶다. 가격기복이 심하다고 했다. 생산량에 따른 가격차가 있기도 하지만 인건비 등 생산원가가 높은 게 문제이기도 하단다. 더욱이 수확에 나서는 일꾼들의 평균 연령도 65세를 상회하는 등 고령화 문제도 능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씁쓸해한다. 특히 유자를 활용한 다양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자씨로 화장품을 만든다거나 유자오일 등을 개발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전통적인 유자청 판매만으론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겠지요.”

유자 농가의 모임인 ‘거제유자연구회’는 거제지역 573개 유자 농가 중 110개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생산과 가공, 판매까지 감안해야 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적잖을 듯 했다. 그래서인지 김 회장은 ‘분업 체계’가 잘 갖춰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농가는 생산에 집중하고, 가공과 유통은 각 분야 전문가가 도맡는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지금도 가공공장(장목) 건립 등 분업 체계가 일부분 추진중이긴 하지만 이를 더 보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남 고흥군이 유자를 활발히 생산하고 있어요. 그들의 판로 구축도 가볍게 볼 수준이 아닙니다. ‘유자 메카’로 입지를 굳히는 모양입디다.”

고흥군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집중적인 지원과 육성으로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추고 생산량도 국내 유자 총 생산의 6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것. 고흥군이 당초 유자 생산에 나설 당시 거제지역에서 유자 나무를 대량 구입해 갔다는 그의 설명이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거제지역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살충제와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을 꾸준히 부각시키고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판매가 꾸준히 보장되는 판로 확충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농업기술센터와도 협조가 잘 되는 편입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판로 확보를 위한 묘안을 짜내봐야죠. 유자 나무가 상록수예요. 요즘 회자되는 ‘삼림욕’ 등 웰빙 테마로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의승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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