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분야에서 국내 신기록을 세운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장애를 딛고 일궈낸 기록이니 더욱 값지다. 거제시장애인사격연맹 이성철(43·거제면 출신) 선수가 그 주인공. 이 선수는 최근 열린 경찰청장배 장애인사격대회 ‘공기소총(입사·立射)’ 종목에서 598점을 획득, ‘국내 신기록’을 세웠다. 이를 토대로 국가대표로 확정돼 2010년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티켓도 따냈다. 그는 연초면에 마련된 사격훈련장에서 연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신기록 달성을 위해 맹훈련중인 이 선수를 만났다.

장애인 공기소총 종목 국내 신기록 수립
2010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출전

“꾸준히 훈련중입니다. 저 또한 신기록 수립이 놀랍습니다. 집중해서 경기에 임하다보니 어느덧 점수가 그렇게 돼 있었습니다.”

당초 휠체어 육상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던 그는 동아리 형태로 출발한 ‘거제시장애인사격연맹(회장 박동석)’에 지난 2004년부터 참여하게 됐다. 연맹은 2005년 규모를 키워 공식 발족했고 현재 이 선수를 포함해 7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다. 그간 여러 대회에서 상위 성적을 랭크하며 괄목할만한 기량도 키워왔다. 사격을 장애인의 생활체육차원이 아니라 재활의 한 과정으로 심신을 단련하고 중증장애를 지닌 모든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동참한다는 취지를 잘 살려온 것이다.

“사격이란 게 고도의 집중력이 수반되다 보니, 한 게임을 치른 후엔 체중까지 줄어들 정도입니다. 여간 힘들지가 않아요.”

동양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양궁과 마찬가지로 사격 또한 끈기와 집중력을 요한다. 한 게임당 60발을 쏘는데 호흡 조절 등 상당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셈이다. 이 선수가 신기록을 세운 분야는 공기총 입사 종목. 장애인 입사 종목은 비장애인 종목과는 달리 두 팔을 바닥에서 뗀 채 사격한다. 휠체어에 앉아 두 팔을 떼고 타깃을 명중시켜야 하니 높은 점수를 따내기 힘든 종목이다.

“올해 여섯개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6개 대회 성적을 합산해 국가대표를 선발하죠. 이번에 세운 신기록까지 합산시키니 국가대표로 운 좋게 확정된 것 같아요.”

그가 세운 이번 신기록(598점)은 사실상 ‘비공인 세계신기록’이다. 장애인 사격 종목에서 세워진 세계신기록은 597점이기 때문. 사격 훈련 외에도 체력을 쌓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종합운동장과 거제공고 오르막길 등을 오가며 비지땀을 쏟기도 한단다. 다부진 체격에다 머리칼까지 깨끗이 깎아낸 외모에서 ‘근성’이 배어나온다.

“저와 다른 선수들이 지금까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데는 여러 분들의 도움 때문이었죠. ‘재홍의원’ 박인근 원장님과 ‘송곡 굴구이’ 대표님 등 감사드릴 분이 참 많습니다.”

연맹 발족 당시부터 민간 지원은 물론 거제시자원봉사협의회(회장 김정인)와 대우조선해양 자원봉사단 등으로부터 물심양면으로 꾸준한 지원을 받아왔다고 했다. 국제로타리 3590지구 03-04년 회장단의 도움에도 감사를 표했다. 현재 연습장으로 쓰고 있는 건물도 거제시로부터 무상 임대해 전기세 등만 부담하고 있다. 거제시의 예산 지원(연 350만원)에 비해 연습용 실탄 구입비용(연 400여만원)이 웃돌다 보니 살림살이가 다소 버거운 상황이긴 하다고 털어놨다. 장애인 체육 활성화 차원에서 관련 조례 제정 등을 통한 지원 확대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시스템을 잘 갖춘 사격장으로 확장시키는 게 현재의 바람이죠. 개인적으로는 2012년 올림픽까지 출전하고픈 꿈을 갖고 있어요. 세계 신기록 달성도 욕심을 내야죠. 성원을 바랍니다.”

전의승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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