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특별교부금으로 골프연습장 등 복지관 설치
학생골프교실 및 골프동호회 운영 등 주민 호응 높아

거제지역 초등학교에 골프연습장이 마련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일운초등학교 체육관 1층에 마련된 골프연습장은 학교가 설치한 ‘일운 복지관’ 부속 시설 중 하나다. 지역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인 만큼, 거제시가 사업비를 지원했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업비는 당초 교직원들의 몫으로 오롯이 배정된 예산이었다. 경남교육청이 교직원 복지를 위해 지난해 말 내려준 특별교부금이었던 것. 이 학교 박성영 교장은 “여론 수렴을 거쳐 지역민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고 말한다.

“생각지도 못한 예산을 받게 됐더랬죠. 지난해 말 청소년 동아리 축제가 거제에서 열렸는데 권정호 경남교육감께서 저희 학교를 따로 방문했습니다. 도서 벽지 학교는 아니지만 도시 학교에 비해 교직원들의 고생이 크단 판단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일운초등학교는 그의 말마따나 도서 벽지 학교까진 아니더라도 농어촌 지역에 있는 학교에 속한다. 특히 고향인 경남 진주를 떠나 거제에서만 40년 가까이 올곧게 교육자로 지내온 박 교장의 열정과 노고를 도교육감이 잘 알고 있었기에 예산 지원이 가능했다는 게 중론. 그렇게 주어진 예산이 1억원이었다. 교직원 복지 개선만을 염두에 뒀다면 예산 활용은 쉬웠을터다. 특별 상여금을 주든, 면 지역까지 출근하는 교사들의 승용차 유류비로 사용하든 말이다.

“교직원 복지만을 사용하기 보단, 좀 더 나은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교사들을 포함해 지역주민과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의 의견도 설문조사를 거쳐 수렴했죠. 골프연습장이 요즘 인기라는데 그게 나을 것 같단 의견들이었습니다.”

골프연습장을 짓기로 확정한 후에도 실외 또는 실내 설치여부를 또 면밀히 검토했다고 한다. 학교 체육관 1층 절반(117평 규모)을 활용키로 했다. 골프연습장 외에도 체력단련실과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 그간 폐교된 일운면 각 분교(구조라, 지심도, 예구, 망월, 와현)들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역사관도 함께 설치키로 했다. 방과 후 교실(풍물부 연습 등)로도 활용할 공간도 만들었다. 이렇게 지어진 게 ‘일운 복지관’. 명칭으로 보면 거제시에서 만든 시설물로 착각하겠지만 학교 노력만으로 지어진 공간인 것.

“지난 5월 설계를 거쳐 공사를 시작했고 9월 중순 준공했습니다. 주민들의 반응도 좋아요. 골프동호회도 만들어졌고 학생들도 체육시간에 골프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교직원들도 함께 하고 있지요.”

복지관을 만드는데 쓰여진 예산은 특별교부금을 훌쩍 넘어섰다. 1억원 외에도 2천만원이 추가됐던 것. 그렇지만 문화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학생들의 교육적 취약성을 해결하고 지역공동체와 교직원들의 복지여건을 함께 개선시켰다는 점에서 실익은 더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운 복지관은 지역주민들을 위해 무료개방되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골프교실은 2-6학년 8명에게 매주 화, 수, 목요일 오후 1시간씩 운영된다. 2-6학년별로 모두 10명을 예정하고 있고, 지역주민 15명이 참여하는 ‘일운골프동호회’도 결성돼 지난 20일 창단 모임을 가졌다. 비단 골프연습장 설치를 떠나 일운초등학교가 최근 추진한 일련의 과정은 ‘지역공동체 발전’에 학교가 어떻게 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남을 것 같다.

전의승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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