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원목에 버섯종균을 접종해야만 가능했던 ‘표고버섯’ 재배 방법이 크게 개선됐다. ‘참나무톱밥’ 등을 응축시킨 배지(培地, culture medium)를 활용해 노동력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상품(上品)의 버섯을 수확하는 기술이 거제 농가에서 최근 성공한 것이다. 농업기술센터의 행정적 지원도 보탬이 됐지만 시범농가로 앞장섰던 ‘동부 표고버섯 작목반’ 부영희(女·70·동부면 부춘리) 반장의 열정이 결실을 이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교적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증명하듯 열정과 뚝심이 돋보이는 부영희 반장을 만났다.

‘참나무톱밥’ 이용 속성 배지재배 성공
실패 우려 딛고 열정과 뚝심으로 추진

“12년째 버섯농사를 해왔지요. 다른 농사도 조금씩 짓고 있습니다. 버섯 재배방법을 좀 더 개선시키기 위해 농업기술센터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왔어요.”

표고버섯 작목반장을 3년째 맡고 있는 그녀는 친환경을 전제로 농가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재배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수십년전부터 일관되어 온 참나무 원목 재배방식은 벌목허가도 까다롭고 원목 자체가 무거워 운반과 관리에 어려움이 컸다.

“기술센터 직원들과 함께 산림청을 찾았지요. 버섯연구소가 있었습니다. 거기서도 공부를 하고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기술이 없는지 두루 살폈지요.”

다른 어려움도 없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실패도 예상해야 하는 법. 다른 농가에선 새 기술에 대한 우려가 컸다. 오랜 세월 검증돼 온 원목 재배 방식을 고수하는 농가도 더러 있었을 터다. 실패와 비난을 각오하고 그녀가 앞장섰던 까닭은 무엇일까.

“예전 방법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시도를 해봐야지 않겠어요. 큰 힘이 들지 않는 새로운 기술이라는데 노인들을 위해서도 필요했죠.”

일흔이라는 비교적 고령의 나이에도 열정은 젊은 사람을 압도했다. 새 기술 도입을 통해 ‘실버 세대’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었다. 비닐하우스에 마련된 재배 현장(200여평)에서 배지 하나를 집어든 그녀는 “추위에 잠시 얼어있다 봄에 송이를 피워내는 표고버섯들을 보면 마치 자식과도 같다”고 웃음 짓는다.
거제에서 참나무톱밥 배지 성공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곳곳에서 벤치마킹도 잇따른단다. 참나무톱밥과 쌀겨, 영양분과 버섯 종균을 각각 한데 모아 고온으로 응축시킨 게 배지다. 3개월쯤 숙성시킨 뒤 키워내면 5-6일만 지나도 버섯송이들이 피어난다. 하나의 배지에서 최대 다섯번쯤 수확이 가능하고 5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원목 재배 방식보다 크게 개선된 셈이다.

“이양일 과장을 비롯한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의 노고도 컸지요. 이제 첫 단추를 뀄습니다. 한 해 동안 검증을 해봐야죠.”
벼농사의 경우에만 연 2회 납부 혜택이 주어지는 전기료 사용방식이 겨울철 열전구를 사용하는 버섯 재배농가들에게도 적용됐으면 좋겠다는 게 그녀의 귀띔이었다.

전의승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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