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민 /본지 이사

“애고 애고 이제가면 언제오나 어야 디야..”
어린시절 상여를 메고 비탈길을 오르면서 망자(亡者)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불러대는 상여꾼의 ‘향두가’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천리길보다 멀고 먼 황천길을 저승사자와 함께 떠나는 망자에게 유족들은 ‘노잣돈’을 쥐어주며 편안한 길을 소원하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인간이 죽음에 다다를 때 망자를 인도할 저승사자가 미리와 기다린다. 저승에서 온 사자(使者)는 2명인데 한 명은 일직사자(日直使者)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월직사자(月直使者)다. 일직사자는 망자의 손을 이끌고 월직사자는 망자의 등을 밀어 부치며 저승길을 재촉한다.
저승은 사람이 죽은 뒤 그 혼령이 사는 세상이다. 저승의 문턱은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염라국의 입문이며 망자의 심판장이기도 하다. 불교에 따르면 염라대왕은 18명의 장관과 8만의 옥졸을 거느린 염라국 대왕으로서 죽어 지옥에 떨어지는 인간의 생전 기록을 보고 저승문턱에서 선과 악을 판단하여 징벌을 하는 대왕이다.

염라대왕이 망자를 데리고 오도록 2명의 저승사자를 이승에 보낸다. 이 저승사자들도 ‘돈’을 좋아하여 만일 돈, 곧 뇌물을 주지 않으면 망자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 개처럼 머리채를 끌려 머나먼 저승길을 가야한다. 지옥에 떨어진 죄인 망자는 돈이 떨어지면 이승을 찾는다. 저승사자는 또한 망인이 이승에 다녀올 경우에도 동행한다. 소위 말하는 ‘씻김굿’ 등 무당굿을 할때 유족이 참석하게 되는데 유족들은 돈을 내놓거나 던지는 것이 바로 망인에게 송금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들 일부는 반드시 저승사자가 받아 먹으리라. 죄를 짓고도 저승에서의 생활도 평탄치 못한 것이다.

염라대왕은 이승에서 죄지은 망자들에게는 무서운 대왕이지만 선하게 살다가 들어온 망자들에게는 천국에 보내면서 더없이 자상한 보살핌을 베푸는 대왕으로 여겨진다. 그러기에 천국에서는 쉬파리 같은 저승사자가 없고 뇌물도 필요없다. 저승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귀에 많이 들린다. 이들 모두 염라대왕의 지극한 선처로 나머지 삶을 이승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한 배려의 덕분인 줄 안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몸이 전과 같지 않다”는 소리를 우리는 가끔 뇌까린다. 인생은 나이가 들수록 가속도가 붙어 20대는 20km, 30대는 30km로 저승길을 향하고 50대는 시속 50km로 향하는 등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저승길을 향한 속도가 가중된다”라는 말이 있다.
60세가 넘으면 황혼길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황혼의 저녁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후배들에게 보여준다. 반면, 더러운 인생을 살면서 반성을 모르고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혼자만의 명예를 사수하면서 도둑질한 돈으로 치부하며, 독식으로 혼자만의 이기주의적 삶을 산 사람은 후배들의 눈에 그의 ‘황혼길’이 ‘저승사자를 동반한 황혼길’로 보여지기에 부럽기보다는 애처롭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신이 내려볼 때 길지 않은 하루살이 인생을 걷고 있는 우리들의 현세에 천국은 영원한 안식처라는 생각을 하면, 하루인생을 위해 함부로 죄짓는 우(優)를 범하는 실수를 삼가야 할 것이라 믿는다.
2009년 새해가 밝은지가 엊그제 같은데 추석명절이 훌쩍 지나갔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고 한 푸쉬킨의 명언을 가슴에 안고 일상을 둘러보며 인간사 사후(死後)의 광경을 스케치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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