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주 /변호사(김&구 법률사무소)

“신랑이 도박에 빠져 큰일입니다. 애들이랑 살 집이라도 있어야 되잖아요. 집이라도 못 팔아먹게 해주세요!”, “아버지 돌아가시자마자 큰형이 선산을 팔아서 사업을 하려고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은데 어찌해야하나요?”

필자의 직업상 너무 흔하게 듣는 말이라 이제 무감각하다. 등기부등본, 건물이나 토지대장, 매매계약서 등등. 필자의 책상위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서류들이다. 모두가 토지나 건물로 대표되는 부동산에 관한 것들이다.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에 대한 분쟁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정된 토지를 두고 이웃간, 형제간의 혈투(?)는 물론이고 국가간의 전쟁도 다반사였다. 고대부터 중세는 물론이고 근세에 이르기까지 토지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지위는 별반 다르지 않다. 가지지 못한자는 노예, 농노, 소작농 이라는 처지에서 가진 영주나 지주들의 착취의 대상이었다. 현대사회에서도 부동산의 소유와 많고 적음은 마찬가지로 부(富)의 잣대이고, 권력의 필요조건이며 심지어 자녀들의 미래까지도 담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 그 뿐인가? 장관이나 고위공직자들의 임명과정을 보면 이제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불법 농지전용 따위는 범죄의 축에도 끼지 못하고, 공직임명에서 하등의 결격사유도 되지 않는 모양이다. 언제부터 우리사회가 그러한 불법에 이토록 관대해 졌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개탄스럽다.

우리거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언제부턴가 토지, 아파트 등 부동산가격이 치솟기 시작하더니 이제 인근 대도시보다 비싸다는 평을 들을 정도라고 한다. 과연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흔히 하는 말로 거품일까? 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로인한 법률적 분쟁과 뒤따르는 인간성의 황폐화, 특히 가족이나 이웃 같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반목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한, 토지를 이용함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존할 것과 개발할 것을 구분하고, 개발을 하더라도 소위 마구잡이식 ‘막개발’에서 벗어나 최대한 자연과의 조화를 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편의와 효용만이 우선시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들어 부동산을 둘러싼 소송이 이혼사건 만큼이나 많다보니, 법정 안팎에서 재판관들로부터 “거제는 왜 그렇습니까?”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개개인의 권리주장을 두고 잘못되었다고 할 것은 아니지만 때론 고향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고래(古來)로 인간에게 토지는 어떤 의미였을까? 흔히들 ‘흙에서 태어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대자연의 근본이라는 이라고 하거나 어머니의 품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집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비바람을 피하게 해주고 가족이 있게끔 해준 공간적, 정신적 모체(母體)일 것이다. 농촌에 태어난 사람들이면 누구나 친구들과 산과 들에서 소에게 풀을 먹이고, 자그마한 흙담집 단칸방에서 형제들과 고구마를 나눠 먹던 아련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제 그야말로 추억일 뿐이다. 물론 일부의 사례이겠지만 집과 전답은 형제간의 쟁탈의 대상이고 이웃간의 영토전쟁(?)의 전리품이 되고 있다.

시나브로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을들판을 보면서 혹여 풍요로움이나 농민들의 땀방울보다는 그 논의 가격이 얼마나 될까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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