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 지역 논리가 아닙니다. 이건 거제시의 전체적인 틀에서 봐야하는 문제란 말입니다. 터미널 부지가 과연 어디로 가는게 좋을까요. 시민들이 직접 이용하는 대중교통 문제를 허술한 용역으로 결정지을 수 있단 말입니까?”
지난 10일 고현동주민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종합(시내·외버스)터미널 부지 선정 관련 간담회’자리에서 쩌렁쩌렁한 일성이 터져나왔다. 지역 이슈와 관련한 여느 간담회 자리에서 자기 주장을 펴는 주민들이 있긴 하지만, 이 남자는 다소 달랐다. 직접 준비한 밑그림까지 조목조목 곁들여가며 거제시 관계자와 시의원들을 시종일관 압박하는 분위기였다. 사회자 제지에도 불구하고 목청은 줄어들지 않았다. 거제시 관계자의 설명마저 뒤엎을 기세였다.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를 인터뷰한 까닭이다.

10일 간담회서 입지 밑그림 제시해 주장 ‘눈길’
터미널 입지 관련 ‘市 공영개발단’ 조성도 촉구

토목 엔지니어 출신 조정대씨(56). 그는 포항제철(현 포스코)과 도시개발회사 등에서 수십년간 근무했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수십년 전 건설 붐이 일던 중동 지역에서도 잔뼈가 굵었다고 했다. 도시개발회사 근무 당시에는 수도권 개발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거제지역 도시개발과 발전방향에 대한 소신도 뚜렷해 보였다.

“터미널 부지 용역보고서를 보니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습디다. 계획이 확정돼 있는 우회도로 문제라든지, 미래계획들과 연계한 분석이 아니었단 얘기죠. 용역사 관계자와 통화도 했어요. 이런 문제들을 따져 물으니 제대로 대답 못하더란 말이죠.”
그의 주장은 이랬다. 터미널 오픈 시점을 예상해 국도우회도로와 고속국도 연장 계획 등을 면밀히 고려한 분석이 나와야 한다는 것. 그런 계획과 시외버스 탑승 접근성 등을 감안할 때 ‘상문동 일대’가 터미널 부지로 비교적 적정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용역사가 국도14호선을 잣대로 삼은데다, 있지도 않은 송전탑을 우려요인으로 꼽는 등 문제투성이 용역이라고 혀를 찼다.

“버스터미널이 들어서는 지역에 어떤 잇점이 있을까요. 솔직히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봅니다. 교통체증 문제라든가 이런 저런 폐해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체 시민을 놓고 보잔 말이죠. 시민 편익이 우선 아닙니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여론 수렴도 없이 허술한 용역 결과로 선을 그어버리는 건 온당치 않다고 강변했다. 사등, 둔덕, 거제, 동부, 남부 지역 주민들의 편의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얘기였다. 도시계획이 행정의 고유권한이라고 해도 시민 편의와 직결되는 문제라면 폭 넓은 여론 수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가 그려본 밑그림은 용역안과는 달라요. 3만평쯤의 부지가 필요해서 상문동 일대는 모자란다고 하는데, 우회도로 구간을 넘어 고현천변과 인접한 들판에 터미널 부지를 마련하고 그 인근으로 새로운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잔 얘기죠.”
연초면 연사 쪽에 대한 생각은 어떤 것이냐는 물음에 “어떻게 보면 연사 들판을 터미널 부지로 삼는다는 게 연사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일 수도 있다. 연사 쪽은 부산 신항만 배후부지 개발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수월습지(일명 다나까 농장)와 송정고개를 잇는 신항만 거점 부지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풀어냈다.

“거제시도 용역 만능주의로 갈 게 아니라 이참에 ‘공영개발단’을 구성해야 합니다. 제 주장은 다른 의도가 없어요. 공익 차원에서 하는 얘기라는 걸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보다 면밀한 검토를 거제시에 바랍니다.”

전의승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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