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 반해 거제에 눌러 앉은 사내. 거제를 너무도 알고 싶어 발품을 팔아가며 거제 곳곳을 누비고 있는 남자. ‘좋은 벗’ 박기련(42·전 마하병원 원무국장) 대표는 거제를 사랑하는 남자다. 지난 2006년 거제와 인연을 맺은 뒤 거제에 푹 빠져버린 그는, 터전이었던 서울을 떠나 가족들과 함께 거제로 거처를 옮겼다. 거제의 숨겨진 아름다움과 역사가 궁금했기에 주변인들에게 이것 저것을 묻기도 했다. 허나 주변인들이 하루하루 일상에 바빴던 탓일까. 만족할만한 답을 얻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스스로 나섰다. 거제를 제대로 알고 싶다는 바람이 ‘걸어서 거제 한바퀴’란 모임 결성으로 이어진 것. 열정은 공감으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거제 해안선과 내륙, 산과 섬들을 훑고 있는 회원들은 100여명으로 훌쩍 불어났다.

‘걸어서 거제 한바퀴’ 결성, 거제 바로알기 앞장
해안 7백리·내륙 3백리 내년 5월까지 탐방 계획

“다들 바쁘신 와중에도 매주 20여명의 회원들이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요. 서울과 부산 등에서도 참여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한 번에 10km쯤을 걷습니다.”

올 여름 무더위 탓에 무척 힘들기도 했단다. 땡볕에 아스팔트 길을 걸을 때가 많았으니 오죽했을까. 그래도 회원들은 어김 없이 완주해냈다. 지심도 등 알려진 곳들도 돌아봤고 ‘달빛 순례’라는 이름으로 외진 마을길을 밤에 걷기도 했다. 걷기로 끝나지 않는다.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마을 주민들로부터 마을 유래를 듣기도 하며 완주를 해낸 회원 서로에게 예를 표하는 맞절과 함께 그날의 소감도 발표한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초등생부터 50대 남성까지, 그들의 행렬은 운전자들의 눈길을 대번에 끈다. 안전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인사 의미로 참가자 모두 길을 지나치는 운전자들에게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든다.

“해안선 칠백리와 내륙길 삼백리, 그리고 11개의 산과 5개의 부속섬 모두 걸어볼 계획이에요. 1년쯤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회원들의 열정이 결실을 이뤄내리라 믿고 있죠.”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뒤 줄곧 서울인으로 살아온 그는 ‘불교신문’ 문화재 전문기자로 14년을 일하기도 하는 등 흔치않은 이력을 지녔다. 거제지역 유적들과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많다. 방치되고 있는 가라산 봉수대와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유적 중 하나인 계룡산 통신대 등 보다 관심을 기울인다면 관광상품으로 손색 없을 방치 유적들에 대해 안타까운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거제에서 보도연맹 사건이나 전쟁포로 등 옛 시절 억울한 죽음들을 달래기 위한 민간 차원의 정기적인 위령제도 필요하다고 봤다. 일제 강점기 당시를 엿볼 수 있는 곳들도 적지 않더라며 ‘거제 속 일본 찾기’란 주제로 묶어내 일본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털어놨다.

“부속섬들도 많잖아요. 의미와 내용을 갖춘 ‘섬길’을 만든다면 좋지 않을지요. 거제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지만 무한한 비전을 가진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걸어서 거제 한바퀴’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 카페(http://cafe.daum.net/withgeoje)도 마련돼 있고 누구나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

전의승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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