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현실의 괴리’는 일상 곳곳에서 쉬이 발견된다. 법이 현실에 앞서거나 뒤쳐질 경우다. 불법전용된 농지는 어떤 경우일까. 정부는 20여년전부터 농지불법전용과 관련한 현실적 처리를 두고 골머리를 앓아왔다. 오래 묵은 문제인 만큼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는 것. 일선 자치단체의 고민도 클 수 밖에 없다. 아예 손을 놓은 곳이 대다수다. 이런 현실에서 전국 지자체 중 거제시가 먼저 손을 들고 나섰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생계형 불법농지 양성화’ 사업, 중요하고도 쉽지 않을 이 일의 중심에 거제시 허가과 김종도(46·농업7급)씨가 있다.

불법 전용 토지 중 ‘생계형 농지’ 용도변경 나서
신청 400여건 육박…일회성 아닌 지속 추진키로

“이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습니다. 불법을 합법화할 순 없으니 지난 88년 농림부에서 관련 지침을 각 지자체에 하달했었죠. 92년 3차 지침에서 ‘양성화 처리 기준’이 확정됐어요.”
말하자면 농사를 지으며 살던 주민들은 농사에 필요하기에 창고나 축사, 주택을 자연스레 짓게 되고 소유하고 있는 다른 땅들에도 경작을 한다. 그러나 농지전용허가를 규정하는 관련법이 만들어지면서 졸지에 ‘불법전용’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거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 왔다. 법과 현실의 괴리가 발생한 것이다.

해당 주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했던 탓인지 92년 3차 확정지침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양성화 작업은 별 다른 진척이 없었던 듯 싶다. 처벌을 우려한 주민들의 사정과, 불법 전용된 농지의 경계나 규모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힘들다는 점에서 이래저래 지지부진했던 셈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속내는 하루 빨리 양성화가 되길 고대하고 있었을 터다.

“허가과에 근무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됐죠. 이대로 계속 놔둘 것인지, 팔을 걷고 나설 것인지.. 고민을 거듭하며 관련부서와 협의를 거쳤습니다."
그는 생계형 농지의 양성화를 위해 건축과 등 관련부서와 협의를 이어갔다. 거제시건축사협회와도 간담회를 통해 협조를 구했다. 마침 ‘국토정보지리원’의 항공사진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항공사진 대조로 농지전용 규모와 경계 등에 대한 정확한 판별이 가능해진 것이다.

“신청건수가 엄청났습니다.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400여건이 접수됐어요. ‘해당 주민들의 마음고생이 그만큼 심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신청지역은 면 지역에 집중돼 있고 칠천도와 가조도가 대다수였다. 그는 “농지불법전용이 되어버린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에도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고 낡은 주택을 고치기도 힘들었다”며 “오래도록 터를 잡고 생계를 영위하기 위해 농지로 전용한 케이스는 ‘지목’을 알맞게 바꿔주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고의나 투기 목적일 경우는 원상회복토록 조치하며 관련법과 균형을 맞출 계획이란다.

거제시가 이처럼 불법농지 양성화 작업을 추진하자 다른 지자체의 문의도 잇따른다고. 경기 지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의향을 밝혀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같은 부서 직원과 함께 신청서를 정리하느라 바쁘네요. 이번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면·동별로 꾸준히 신청을 받아 계속 처리할 생각입니다. 일을 시작했으면 확실히 마무리해야죠.”
수산청에서 근무하다 다시 지방공무원시험을 치르고 94년부터 옛 장승포시에서 근무를 시작한, 흔치 않은 공직 이력을 지닌 김씨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민원봉사대상’ 후보에 꼽힐 정도로 적극적인 행정 마인드를 지녔다는 평가다.

전의승기자  saegeoj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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