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수퍼마켓(SSM)’에 대한 사업조정권한이 광역 시·도로 넘겨지자 전국적인 조정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이미 들어섰고 기업형 수퍼들이 호시탐탐(?) 입점을 노리는 거제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골목상권으로 대변되는 기존 수퍼마켓 점주 등 거제 중소상인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도 당연지사. ‘중소상인살리기 거제대책위원회’가 최근 구성돼 두 건의 SSM 사업조정신청을 내고 추이를 살피고 있다. 중소상인들의 협의체 중 하나인 ‘거제수퍼마켓협동조합’도 더욱 바빠진 셈이다. 대책위 실무를 맡고 있는 원민선 과장은 지금 상황을 ‘위기’로 본다.

대형마트·편의점 이어 ‘기업형 수퍼’까지…
‘시민서명운동’ 등 지역상권 지키기 나서

“전국적인 상황에서 거제지역도 자유롭지 못하죠. 두 건의 조정신청을 냈습니다. 둘 다 기업형 수퍼예요.”
올해 매각된 고현동 공영주차장 부지에 ‘GS 수퍼마켓’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소상인들의 시름도 더해졌다. 지난 6월 말 허가가 떨어진 이 곳에 대해 조정신청을 낸데 이어 옥포 홀 마트 부지도 포함시켰다. 역시 GS 수퍼가 입점을 준비중이라는 것. 그에 따르면 옥포의 경우 지역여론을 의식해 비밀리에 내부공사를 서두르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기업형 수퍼들이 숨바꼭질하듯 개점하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잇따르는 현실에서 의혹으로만 치부하기 힘들다. 한편 GS 수퍼는 고현동 중곡 세일마트를 올 상반기 인수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 올 들어 전국 곳곳에서 개점 강세를 보이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7월께 중곡 지역에 자리를 틀었다. 가히 지역 중소상인들의 ‘위기’라 할만하다.

“모 프렌차이즈 편의점은 거리 제한 규정도 없어졌어요. 동네 곳곳에 24시 편의점이 생기는거죠. 임대료도 기존 수퍼에 비해 두 세배를 배팅하니 배겨낼 수가 없어요. 여기에다 기업형 수퍼까지 더해졌으니... 지역에서 오래도록 활동한 중소상인들의 설자리만 줄어들고 있습니다.”

단지 ‘밥그릇 지키기’로 국한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패밀리마트’, ‘원스탑’으로 통칭되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기업형 수퍼의 수익 대부분은 오롯이 본사로 귀속된다는 점에서 지역경기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반면, 지역중소상인들이 운영하는 기존 수퍼를 포함한 상가는 지역중소상인들의 경제활동을 견인하는 동시에 이들이 지역에서 돈을 쓰고 경기를 선순환시키는 구조를 갖게 되며 이는 곧 지역발전에도 직결된다고 그는 강조한다.

“거제지역에서 기반을 갖고 있는 상인들은 이 지역 상품을 매매하고 지역사람을 고용하죠. 기업형 마트나 수퍼는 다릅니다. 입점 단계부터 수도권 본사가 관여하게 되고.. 쉽게 말해 거제지역의 돈이 바깥으로 흘러나간다고 봐야죠.”

가격 문제나 서비스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기존 수퍼들(250개)도 조합의 컨설팅을 통해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것. 이에 비해 대형마트나 기업형 수퍼들의 할인가격을 들여다보면 소비자가 실제 이득을 보는 경우는 미미하다고 봤다.

“롯데마트나 이마트도 거제에서 부지를 물색중이라고 합니다. 큰 틀에서 봐주시길 시민들께 당부드리고 싶어요. 거제시도 대책위와 머리를 맞대고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주시길 바랍니다.”

전의승기자  saegeoje@paran.com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