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노사간 갈등 사태가 40일 이상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거제에도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 있다. 쌍용차 거제영업소는 이른바 ‘옥쇄파업’이 시작된 후 생산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근 두 달째 ‘개점휴업’ 상태. 실적은 고사하고 그나마 성사된 계약도 인도지연으로 중도 해약되기 일쑤다. 경영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 굵은 장맛비가 내린 지난 7일 오후 황인철(41) 소장을 만났다.

▲ 쌍용자동차 거제대리점 황인철 소장

고현동 우리은행 옆 쌍용차 거제영업소. 좀체 보기 힘든 모습이 눈앞에 들어왔다. 유리벽 안 전시장이 텅 비어있는 것. 70평이 넘는 널찍한 공간엔 고객상담을 위한 테이블 2개가 전부다. 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할 체어맨, 렉스턴, 카이런 등 쌍용차에서 출시되는 각종 차량은 어디에도 없다. 이번 사태의 여파가 일선 영업소에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달 당초 10여대를 계약했지만 그 중 1대만 출고되고, 나머지는 인도지연으로 전부 중도 해지됐습니다. 결국 한달 동안 차 1대만 판매한 셈이죠. 이번 사태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판매량이 급감했습니다. 2002년 1월 영업소 문을 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보면 될 겁니다.”

황 소장의 첫마디에선 이번 쌍용차 사태의 여파가 여실히 묻어났다. 보통 한달에 차량 25~30대씩 판매했다는 그는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로 상하이자동차가 철수하면서 판매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파업 사태 후에는 아예 계약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차를 팔아야 직원(딜러) 인센티브도 나오고, 본사 차원의 각종 지원이 이뤄지는데 지금은 공장에서 차 생산이 전면 중단된 상태라 손 쓸 것도 없이 적자만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사이 7명이던 직원도 그만두거나 일시 휴직해 4명으로 줄어들었다고. 이렇다보니 매일 출근해도 나오는 건 한숨뿐, 일이 손에 잡힐 리 없다.

“쌍용차 전국 대리점이 140여개 정도 되는데 이번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멈춘 뒤에는 고작 1~2대씩을 파는데 그쳤습니다. 지난달 전국에서 팔린 쌍용차 전부를 다해도 200대가 안되는 수준이죠.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쌍용차 재고 상황은 전국의 영업소 물량을 모조리 털어도(?) 90대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실상 차를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지경인 것. 황 소장은 상하이자동차 철수와 노사 갈등 등으로 소비자들의 불신도 높아지고 있어 가중되는 경영난과 함께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쌍용차를 보유한 기존 고객들의 경우엔 정상적인 A/S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거제를 비롯한 전국 2,000여명에 달하는 영업사원들의 생계가 막막한 지경입니다. 이달 안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더 장기화될 경우엔 전국 영업망이 초토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루빨리 원만히 해결돼 공장정상화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황 소장은 심각한 경영난으로 빚을 내 영업소를 운영하면서도 웃음만은 잃지 않았다. 아직은 희망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라는 것. 1996년 입사 후 지금의 영업소를 내기까지 고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그는 당장의 상황이 어렵고 힘들다고 문을 닫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객과의 신의를 끝까지 지켜가겠다는 소신인 셈이다.

“며칠 전 단합대회를 통해 분위기를 다잡고 직원들을 독려했습니다. 파업이 풀리고 공장이 가동되면 예전 수준으로 판매를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죠. 지역 내 쌍용차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꾸준한 점도 힘이 됩니다. 고객의 목소리에 믿음으로 보답하는 것이 제 영업 철학이니까요.”

▲ 대리점 매장 전시차가 한대도 없이 텅 비어있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