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자로 거제시에선 7명의 공무원들이 명예퇴직했다. 수십 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한 사람의 거제시민, ‘자연인’으로 돌아간 것. 이들 가운데 퇴임 전까지 시정 알리기(공보)와 내부 단속(감사) 업무를 두루 살폈던 전 거제시청 공보감사담당관 이현철씨(李現哲)를 만났다.

▲ 6월말로 36년간의 정든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이현철 공보감사담당관

“보람도 많이 느꼈고, 때론 힘든 시기도 겪었지만 공무원을 천직이라 여기고 지나온 36년간의 공직생활에 미련은 없습니다. 못 다한 아쉬운 부분은 제도적?법적으로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강산이 세 번도 더 변했을 시간 동안 공무원 신분으로 살아온 그에게 흔히 얘기하는 여한이나 후회는 없어 보였다. 희끗한 머리카락과 얼굴에 잡힌 주름에서 세월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뿐 정든 ‘일터’를 떠나는 그의 표정은 활기가 넘쳐난다. 소탈한 미소에선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마저 묻어났다.

얘깃거리는 자연스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생인 그는 혈기왕성하던 1974년 4월 공직에 첫 발을 디뎠다고. 하청면사무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외포출장소, 연초면사무소, 거제군청을 거쳐 옛 장승포시와 거제군이 통합된 뒤부터 줄곧 시청 근무를 해왔다고 한다.

지금까지 두어 번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려 했다는 그는 초창기 걸어서 관내를 돌며 업무를 보던 때가 육체적으로 힘들었고, 이후 군청 공보계장을 맡았던 시기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만만찮았다고 술회했다.

“흔히 밖에선 ‘철밥통’이란 말을 자주 하지만, 실상 공무원은 ‘청렴’과 ‘신념’을 목숨처럼 아끼지 않으면 생활해 나갈 수 없는 자리입니다. 아울러 시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혁신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요구입니다.”

후배 공무원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공무원들은 항상 ‘등산객’ 입장만 생각하지 ‘입산객’의 입장까진 헤아리지 않는다”며 “필요에 의해 방문하는 민원인도 중요하지만 기댈 곳 없어 찾아오는 힘없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의 행정서비스가 지향해야 할 주안점이 어디에 있는지 짚어주는 대목이다.

시청 안팎에서 말들이 많은 이번 인사에 대해 묻자 곧바로 ‘쓴소리’가 돌아왔다.

“공직사회는 구성원들이 신념을 다 바쳐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번 인사를 보면 전보 한 달만에 다시 인사 조치가 이뤄지는 등 ‘원칙’과 ‘기준’이 사라진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인사권자가 고심 끝에 내린 힘든 결정이겠지만 ‘사기저하’라는 결과를 불러온 셈이지요.”

내부적으로 누군가 직언을 해도 측근에서 걸러져 진짜 여론과 ‘민심’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관가(官家)의 속사정도 털어놨다.

앞으로는 실력과 내공을 겸비해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공직사회에서도 성공하는 때가 곧 올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대안 있는 ‘비판’과 그에 걸맞은 ‘개선’이 뒤따라야 시정이 진정으로 발전한다고 지적했다.

“힘들고 어려웠던 ‘터널’을 이제 막 벗어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공직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지내다 넓은 세상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니 과연 ‘바깥 현실’에 잘 적응할지 다소 염려되긴 합니다.”

연초면 천곡리가 고향인 그는 앞으로 독서를 즐기고 지금껏 하지 못한 일들에 도전하면서 공무원이 아닌 자연인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작정이라고 전했다.

이동열 기자  coda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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