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철 씨

“이렇게 되고 보니 거제시민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제가 떠맡게 된 것 같습니다. 이젠 끝까지 대응할 생각입니다.”

아주자동차매매상사 대표 정용철(丁龍哲?46) 씨.
그는 처음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법정에서 다툴 것이란 생각으로 피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7년 전부터 아주동 중공업지역에 대지를 임대해 중고자동차 매매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진열해 둔 자동차에 페인트의 미세한 입자가 날아와 붙는 ‘페인트 비산 분진’ 때문에 애를 먹었다는 것.

우선 승용차 기준으로 들어붙은 페인트 비산분진을 제거하는데 드는 비용이 적어도 20만원쯤 든다고 했다. 개인이 전문업소에 맡기면 제거-광택-코팅 작업에 30만원쯤 줘야하는데 계속 일감을 맡기는 업체니까 10만원쯤 적게 지급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달 거래 자동차 수를 40대만 셈해도 그 돈이 만만찮은 비용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대기환경오염 피해에 대해 행정적으로도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방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서를 냈다는 것.

“피해액수가 1억원이 넘으면 경남도환경분쟁조정위원회 소관이 아니라면서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서류를 접수시키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는 대우조선 측에 피해대책을 호소한 2007년 초엔 조선사 실무자들이 보상의사를 밝히며 협의를 하자더니 시간을 끌면서 고압적인 자세로 바뀌더라고 말했다.

“이젠 피해배상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대우조선해양 회사 주변 지역에 사는 지역민이 겪고 있는 페인트 분진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기환경 오염피해에 대해 사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당연한 결과를 성취하고 싶은 게 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 측이 소장에서 1981년 회사가 영업을 시작한 이래 주변 주민이나 상인들이 회사를 상대로 페인트 비산분진 피해로 인한 소송이 한 건도 없었다는 데 대해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고도 억울하게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이’를 해 왔다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일반적인 피해배상소송은 피해자가 피해에 이른 인과(因果)관계를 입증(立證)해야 하는데 대기오염 피해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증거제시를 하기란 일반시민으로서는 감당하기가 너무 벅찬 일이어서 나서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엔 다르다며 재판의 승소를 확신했다.

“대우조선이 피해자들의 약점으로 여겨 온 구체적인 증거제시와 합리적인 인과관계 주장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대신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가 대우조선해양과 정 씨 영업장 등의 현장을 조사하고 피해 유무를 확인토록 위촉했던 대기환경 전문가들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올 수 있게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돕겠다고 약속한 것이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측이 ‘중앙환경조정위의 재정(裁定)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소송을 낸 것인 만큼 그 재정에 증거를 제시하고 피해를 입증한 전문가들이 피해자들을 대신해 법정에 나서 조사과정과 결과를 주장해 주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대우조선 측은 페인트 작업은 그 95.7%를 실내에서 하고 있어 야외도장 작업은 불과 4.3%뿐이라고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4.3%란 야외도장 작업에 쓰이는 페인트가 144㎘이라고 조선회사가 밝혔습니다. 1㎘은 200ℓ들이 드럼으로 다섯드럼 분량이니까 720드럼 분량의 페인트를 야외에서 고압분사기를 이용해 새 배를 만드는데 뿜어대는 것입니다. 아주 미세한 입자(粒子)가 안개처럼 뿜어지는 과정에 바람을 타고 위로, 옆으로 날아가는 것입니다.”

그는 보통 승용차 한대를 새로 도장하는데 드는 페인트량이 4ℓ라면서 페인트 720드럼 분량은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승용차 3만6,000대를 도장하는데 쓰는 엄청난 페인트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 정비기사 출신으로 1급 자동차정비공장을 운영한 경력이 있어 자동차 도장공정을 잘 안다고 말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의 재정문을 송달받고 저희는 불복하고 싶었습니다. 피해배상 신청액이 5억 9,895만원이었는데 10분의 1도 안되는 3,647만원만 배상하라는 내용이 불만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우조선 인근에서 영업하는 처지에서 받아드리려고 했습니다. 회사 측이 정식재판을 시작한 이상 이젠 피해 배상도 보다 구체적으로 산출해 더 많이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피해배상요구가 ‘하늘에 별 따기’라지만 대기업이던 중소기업이던 진실은 진실로써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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