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에어로빅체조 세계선수권대회(5. 8~5. 10) 3인조 시니어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거제옥포고 박현민 군(고3). 그의 쾌거는 여성이 주류인 에어로빅 동호인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옥포고가 2007년부터 에어로빅체조를 교기(校技)로 지정받아 육성하고 있다지만 지난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 옥포고의 재학생이 ‘세계대회 1위차지’란 낭보는 거제 학교체육 발전에 큰 경사로 평가 되고 있다.
박현민 군이 국가대표로 선발돼 세계대회에 출전, 금메달을 차지한 뒤안에는 그를 가르친 지도자가 엄마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또 하나의 화제로 뜨고 있다.
에어로빅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박현민 군의 지도자인 어머니, 이재순(李在順?43) 씨를 지난 3일 만났다.

▲ 박현빈 군의 어머니 JS스포츠클럽 이재순 원장

대학시절 무용이 전공이던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에어로빅체조에 빠져 전공을 바꿨다고. 한국무용은 율동이 정적인데 비해 에어로빅은 너무도 엑티브한 율동이어서 그냥 푹 빠졌다는 것. 학원의 에어로빅체조 강사생활을 계속하던 그녀는 현민이가 태어난 후 아기를 데리고 다니기가 어려워져 1996년 장평에 J.S스포츠클럽을 열었다.

“현민이는 세살 때부터 저를 따라 학원에 나와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에어로빅체조 속에 살면서 철이 든 아이입니다.”

현민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에어로빅대회에 출전했는데 어린이때부터 무대매너가 남달랐다고 이 원장은 실토했다. 중학교 3학년 때 학업성적도 좋아 집안 어른들은 “머슴애가 몸에 짝 달라붙는 옷을 입고 여자들과 섞여 에어로빅체조를 전공하는 것보다 딴 길로 가게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야단이 났었다고.

“문제는 현민이었습니다. 에어로빅체조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고 결의가 대단해 부모로서 그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학원 지도교사로서 냉정하게 생각해도 ‘현민이는 타고 났다’고 말할 수밖엔 다른 말이 있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그의 에어로빅에 대한 열정과 스스로의 꾸준한 훈련, 그리고 뛰어난 리듬감각과 대범한 표정연기 등은 다른 학생들과는 너무 달랐다는 것이다.

현민이에 대해 에어로빅체조 지도자 최희경 에어로빅원장은 “선천적인 운동감각과 성실한 반복훈련 습관, 강한 성취의욕, 뛰어난 쇼맨십(무대매너) 등은 에어로빅 체조선수 가운데 보기 드문 강점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현민이는 타고난 자질에다 지독한 연습열에 옥포고 이학범 체육교사도 선천적인 자질에 놀란다고 말했다.
평소 방과 후 오후 6시부터 어머니가 운영하는 스포츠클럽에 나오면 밤 11시에 마친다고 한다.

시합을 앞둔 때는 한 달 쯤부터 새벽 3시까지 강훈을 계속한다. “주위가 조용하면 집중력이 배가 되기 때문에 심야훈련을 더 선호한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만 17세 이하인 주니어부에서는 세계대회에 몇 번 출전경험이 있었지만 18세 이상인 시니어부에서는 올해가 첫 출전이어서 ‘성인 세계의 벽’ 때문에 이 원장도 “부담 없이 경험이나 쌓고 오라”며 지난 5월 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장도에 오른 현민이를 전송했다.

5월 8일 5개 팀이 뽑히는 예선에서 2위로 선발됐다는 국제전화를 받고는 어머니는 너무도 ‘의외의 결과’라 믿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선전이 열리는 5월 10일에는 오후부터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했다고 실토했다.
밤 9시께 “엄마 금메달 땄어”라고 울먹이는 아들의 목소리에 “장하다, 장하다”며 반긴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고.

‘아들과 함께 동고동락한 에어로빅 지도자로서의 15년 세월’에 뜻밖의 큰 열매가 열렸다고 생각하니 감격과 환희보다 아들에게 바친 ‘피보다 진한 모성애’가 더 북받쳐 올랐다는 것일까?

현민 군 등의 한국대표 시니어부 3인조의 결선전 득점은 금메달 한국 18.76, 은메달 오스트리아 17.07, 동메달 프랑스A 16.96, 등외 네들란드 16.56이었다.

“체조부문에 전통이 있는 세종대로 진학하길 권하지만 현민이가 한양대 체조학과에 진학을 희망하고 있어 본인 뜻에 따르기로 했다”는 이 원장은 세계적 스타(키 175㎝, 몸무게 66㎏)가 된 아들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아들의 더 큰 발전을 위해 이젠 한국에어로빅협회의 국가 대표선수 훈련에 맡기기로 결정, 마음을 비웠다고 시원섭섭(?)해 했다. <Y>

새거제신문  skj6336@kornet.net

<저작권자 © 새거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