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상 맹종죽체험상품화추진위원장

거제의 특산물로 널리 알려진 하청 맹종죽. 한때 국내 죽순 생산량의 80% 이상을 점했던 옛 명성은 생산량 감소에다 값싼 중국산 죽순의 대량 수입까지 겹쳐 지금은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80여 년간 유지해 오던 ‘죽순 본고장’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한 것. 재배농가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던 맹종죽의 위상도 사실상 ‘애물단지’로 격하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맹종죽의 명성을 되살릴 신호탄이 터졌다. 하청면 일원에 맹종죽 테마공원을 조성한다는 거제시의 사업계획이 나온 것. 시와 함께 이 사업을 추진할 비영리법인도 꾸려졌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거제맹종죽관광체험상품화하청면추진위원회’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6일 신경상(辛敬相) 추진위원장을 만났다.

테마공원, 상징성 경제성 두루갖춘 아이템 '평가'

“하청 맹종죽은 소남 신용우(辛容禹·1895~1960) 선생이 지난 1927년 일본 산업시찰을 갔다 오면서 3그루의 맹종죽 모죽을 가져와 하청(성동마을)에 심어 두 그루가 생육하는데 성공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높은 가격으로 일본으로 수출돼 재배농가에 효자노릇을 해왔으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수입되기 시작한 값싼 중국산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외면당하더니 근래는 거의 명맥이 끊길 지경에 처한 상황이지요.”

하청 맹종죽의 시초와 근황을 전하는 신 위원장의 첫 마디에선 화려했던 ‘죽순왕국’의 명성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짙게 베어 나왔다. 사실 신용우 선생의 후손인 그에게 맹종죽이 갖는 의미는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이번 맹종죽 테마공원 조성 사업이 본격적인 부활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남다른 의욕을 보이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됐다.

“맹종죽을 이용한 잇단 상품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죽순주, 죽엽차, 죽순환, 대나무 수액, 죽순음료 등의 가공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게 됐지만 테마공원을 비롯한 맹종죽 가공기반 시설 등이 새롭게 조성되면 농가소득 증대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옛 명성을 회복하는 것도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전남 담양의 사례를 잘 벤치마킹해 착실히 준비한다면 관광거제를 위한 새로운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그는 사계절 각광받는 관광지로 발전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청 맹종죽 부활 신호탄 될지 '주목'

실제 담양군은 지난 1999년부터 ‘대나무축제’를 시작해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축제기간 12일 동안 13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이로 인한 경제유발효과는 1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대나무를 이용한 관광상품은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은 물론 경제성까지 두루 갖춘 최적의 아이템으로 꼽힌다.

“하청 맹종죽은 전국 재배면적 350ha 중 300ha(85%)가 하청면 일원에 분포돼 있을 만큼 중요한 향토자원이면서도 중국산 수입과 홍보부족 등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맹종죽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조차 맹종죽 관련상품 시장이 사라져 버린 현실을 놓고 볼 때 이번 테마공원 조성은 하청 맹종죽이 처한 현 상황을 반전시킬 돌파구인 셈입니다.”

이를 위해 신 위원장은 이미 담양을 벤치마킹차 다녀왔고, 조만간 대나무로 유명한 일본 큐슈의 다케다 지역도 답사할 예정이라고.

공예품, 식품 등 다양한 대나무 관련 상품의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그는 특히 맹종죽 수액의 상품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맹종죽 수액의 경우 천연 건강음료로 각광받고 있는 고로쇠수액에 버금가는 뛰어난 성분(칼슘, 갈륨, 망간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게 신 위원장의 설명이다.

“신용우 선생이 반평생을 쏟아 일궈낸 하청 맹종죽의 옛 명성을 테마공원 조성을 비롯한 관련 상품 개발을 계기로 다시금 회복할 작정입니다. 당초 계획된 3년간의 사업기간이 마무리 되더라도 향후 정부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 등 추가 사업비 확보 가능성이 있어 단발성 사업이 아닌 지속적인 발전 기회도 담고 있는 희망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이동열 기자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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