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관광 도시’를 표방하는 거제시 관광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관광종합개발계획이 수립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의 국가시책과 급변한 사회, 경제적 여건 등을 반영한 계획 보완은커녕 지금까지 종합지표조차 설정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12일 시에 따르면 현 관광종합개발계획은 지난 1996년 수립된 것으로 종합적인 계획이 아닌 관광개발 분야에만 한정돼 있어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내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시는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0~2020)과 제2차 관광개발기본계획(2002~2011) 및 제4차 경상남도 권역별 관광개발계획(2007~2011) 등 상위계획과 연계된 거제시 관광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해 추진, 관리해 오고 있다지만 여전히 장기전략이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남해안 종합개발계획 수립’, ‘남해안 관광클러스터 개발사업’ 등 국가시책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이들 상위계획과 연계된 거제관광에 대한 종합지표도 설정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2006년에 한차례 보완계획이 만들어지긴 했으나 이마저도 당초 계획에서 일부 수정된 수준에 그쳐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96년 수립된 거제시 관광종합개발계획을 살펴보면 계획 배경에서부터 현재의 관광시장 여건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대전-거제 고속도로 건설, 2002년 부산아시안 게임 유치 확정 등이 그것인데 아시안게임은 이미 지난 지 오래고, 고속도로도 통영까지 개통돼 상당부분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전략과 목표 또한 비현실적이다. 거제를 ‘미래형 국제도시’와 ‘관광센터’로 개발한다는 거창한 구상으로 한껏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실제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다. 사실상 ‘장밋빛 환상’에 불과한 무리수였던 셈이다.

지역을 5대 권역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개발하겠다는 복안 또한 현 상황과 동떨어져 있긴 마찬가지. 당초 구상에서 포로수용소와 구천계곡 정도만 실질적인 관광자원화 됐을 뿐 장목관광단지 등 나머지는 답보 상태이거나 아예 추진 자체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적지 않은 예산과 공을 들이고도 ‘빛’을 보지 못한 것도 있다. 해금강 집단시설지구가 대표적인 경우. 부지 조성은 오래전 끝냈지만 일괄 분양에다 용적률과 건폐율 제한 등으로 매각이 연이어 불발되면서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뜬구름 잡는’ 관광정책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수가 증가한 것은 다행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거제를 다녀간 관광객 수는 64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늘어났다.
그러나 관광객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게 문제다. 관광객 64만여 명 가운데 37%인 24만여 명이 외도(12만7,000여명)와 포로수용소유적공원(11만6,000여명)에 집중됐다.

기타 관광지(자연예술랜드, 해금강테마박물관, 청마기념관 등)가 33만여 명으로 관광객 수는 많지만 실질적인 거제관광의 중심은 이 두 곳이란 얘기다.
관광정책의 획기적인 손질과 함께 시대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관광자원의 확충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인근 통영시의 경우 국제음악제를 통해 기존 ‘예향’(藝鄕) 이미지를 더욱 굳힌 데다 최근에는 트라이애슬론 대회와 미륵산 케이블카 등의 성공으로 국제적인 인지도 및 내적인 결실 맺기에도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일시적인 ‘단기처방’도 필요하겠지만, 거제를 어떤 부문의 독보적 관광지로 육성할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이고 큰 그림부터 그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 외도와 포로수용소 외에도 거제에 가면 꼭 둘러봐야 하는 다양한 ‘킬러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현재의 관광정책은 너무 미비한 것이 사실”이라며 “경남도와 연계해 새로운 관광지표를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소한 2011년 제5차 경상남도 권역별 관광개발계획 수립 이전인 내년도에는 상위계획과 연계된 새로운 관광종합계획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며 “용역을 거쳐 ‘해양관광 도시’에 걸맞은 새로운 ‘거제시 관광종합계획’을 수립해 관광정책을 장기적이며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열기자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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