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도, 작가 고유의 상상력이 강조된 난해한 작품이 아닌 소박한 주제를 화폭에 꾸준히 담고 있는 화가가 있다. 그런 화가들이 한 둘이 아니겠지만 이 화가의 주제는 쉽게 지나치기 마련인 그 무엇들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떠올려지는 것도 ‘평범 속 비범’이나 ‘추억’, ‘향수’, ‘순수’ 같은 것이어서, 따뜻함을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6일부터 닷새간 거제문예회관 전시실에서 첫 개인전을 연 반덕선(45·상문동)씨를 만났다.

16일부터 20일 거제문예회관 첫 전시
쉬이 지나치는 들꽃 등 풍경에 포커스

망초꽃 소재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반덕선씨.

“예전엔 글쓰기에 매료됐던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됐죠. 가벼운 취미로 시작했는데 그림을 만드는 작업에 점차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녀의 그림들은 대개 꽃들로 수놓아져 있다. 그것도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꽃들보단 거리 주변에서 누구의 돌봄 없이 자라나는 ‘들꽃’들이다. 그녀가 들꽃에 천착한 이유는 무얼까.

“쉬이 지나치는 들꽃의 생명력이 경이롭다고 느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도 않는데 스스로 꽃을 피워내죠. 그 꽃 역시 아름답거든요. 그래서 더 관심이 갔어요.”
‘망초꽃’. 그녀의 작품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들꽃이다. 꽃 형태가 크다거나 봉오리가 뚜렷하지 않고 자그마한 꽃이다보니 세밀한 묘사를 곁들여야 한다. 유화인 탓에 여러겹 덧칠하는 작업과 함께 손이 상당히 많이 가게 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중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죠. 꾸준한 인내심을 갖고 그려내야 하니 자기와의 싸움인 것 같아요. 하나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행복해하죠. 자신감도 더 갖게 됩니다.”
미술학도가 아니었음에도 그녀의 실력은 날로 일취월장했다. 대한민국여성미술대전 입선에 이어 여러차례 입선을 따냈고 지난해에는 경남미술대전과 여성미술대전에서 모두 특선에 올랐다. 이번 첫 개인전을 준비하면서도 많이 떨렸다고 했다. 그녀의 60여 작품 중 43점이 전시됐다.

“두려움과 함께 설렘도 컸죠. 많이 부족한 작품들인데 관객들 앞에 선보이게 되니 말입니다. 그래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그간의 열정과 인내는 헛된 게 아니었던 것 같다. 그녀의 첫 전시회는 관람객들의 호평과 함께 작품을 사려는 문의도 잇따랐단다. 작품엔 들꽃 등 꽃이 등장하는 그림 외에도 시골 어느 집의 한 켠을 묘사한 그림도 몇 있다. 그림이 작가의 시선이라면 시골집 그림에선 따스함이 느껴진다.

“제가 시골집에서 자라서 그런지 옛 시골집에 대한 향수가 커요. 소재를 구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찾죠. 맘이 동하는 곳을 촬영하곤 합니다.”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언젠가 단단한 흙 위에 지은 집에서 텃밭을 가꾸며 사는 게 꿈이라는 그녀는 자신의 작품이 타인의 마음에 따뜻한 감동을 일으키는 그림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연주의 작가가 되고싶어요. 붓 가는대로 쉽게 그려지는 날이 있을때면, 제대로 작업할 수 없는 날도 있죠. 스스로 꽃을 피워내는 망초꽃처럼 꾸준히 제 자신을 피워낼 생각입니다.”

전의승기자  skj6336@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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