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돈묵 /거제대교수

거제에 처음 오던 해의 기억이 아직도 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 해에 나는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 있었는데, 이곳의 실정이 나를 놀라게 했다. 그 동안 사십 년을 살아오면서 보아온 교통사고 건수보다 이곳에 와서 한 해 동안에 지켜본 사고건수가 더 많았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이 문제를 꺼내는 것은 아직도 그 모습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이곳 섬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자주 일어날 수 있는 것이 교통사고라고 밀쳐뒀던 일이지만, 이젠 그게 아닌 성 싶다.

하나의 불미한 사건이 일어나면 다시는 반복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바로잡기에 많은 시간과 경비가 필요하다 해도 차분히 추진하여 더 이상은 좋지 못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그와 같은 노력이 집약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좀더 세심히 대처하여 개선이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개선에 앞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 규명이 있어야 한다. 어떤 것이든 다 그렇겠지만, 교통사고는 특히 마음가짐에 따라 지대하게 달라질 수 있다. 이곳의 도로가 섬인고로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임한다면 많은 운전자들이 과속을 하지 않게 될 것이고, 보행자 역시 각별한 신경을 쓰며 무단횡단을 삼갈 것이다.

거제의 도로는 섬의 지형 특성상 많은 굽이를 끌어안고 있다. 하지만 도로를 내면서 어떻게 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존귀한 생명을 버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같은 장소에서 사고가 거듭된다는 것은 도로의 허점을 암시한다. 그리고 개선을 요구한다.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여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은 횡단보도가 가장 효과적으로 설치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언론 보도에, 무단 횡단 사고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 거제도라고 한다. 그것도 전국에서 첫 번째에서 다섯 번째까지가 이곳 거제도이고, 전국 열 곳 중에서 이곳 거제에 여섯 군데나 포진되어 있다. 이렇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

우선 시민들의 교통법규 준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아무리 길이 잘못 되었다 해도 정해진 법은 우선 지키는 준법정신이 있어야 한다. 이 길을 사용하는 시민들에게 무단횡단으로 가장 많은 사고가 난 곳임을 상기시켜 스스로 목숨을 지키는 준법정신을 길러 주어야 한다. 법을 준수하는 것은 인간이기에 당연히 갖는 기본자세이다.

도로상의 하자가 있을 수도 있다. 비록 원칙은 준법정신이라 해도 사람의 심리상 어긋난 행동이 나옴직한 곳에서는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이 슬기롭다. 원칙에만 충실하여 경직되게 만들어진 보행 표시는 오히려 화를 부를 수도 있다. 무단횡단으로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곳에서는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연구가 따라야 한다. 무단횡단을 하지 않고서도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국 어디에도 거제의 도로만큼 면적을 많이 차지한 곳은 드물다. 길이 아주 양호하다. 하지만 정녕 운전을 하다보면 그렇게 넉넉하지 못하고 마음이 불안하다. 그것은 도로의 물매가 불합리적인데다, 아직도 도로 옆으로 난 우수관이 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왕 도로부지로 내어놓은 땅이라면 복개하여 넓게 쓰는 것이 교통사고 방지에도 기여한다. 그런데 우수관을 덮어주려는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곳곳에 있는 교차로와 삼거리의 차선 표시도 합리적인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직선에 가까운 도로를 고집스럽게 차선을 휘게 표시하여 오히려 화를 불러서는 안 된다. 거제에는 이러한 불합리한 차선 표시가 사고를 부르는 곳도 있다. 또 도로 폭의 갑작스런 변화로 사고가 많은 곳도 있다.

작년에 이어 며칠 전에도 소동고개에서는 버스 대형사고가 나서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이 길은 도로가 급경사로 쭉 뻗어가다가 급회전을 하게 된다. 추월을 시도하다 여의치 못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 차선을 넘어 돌아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또 갑자기 길이 넓어져서 추월하려는 심리를 자극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 그 길의 길이가 짧고, 그 끝은 급히 돌면서 좁아든다. 여기서 바로 대형사고가 난다. 작년의 대형사고도 바로 이곳이고, 며칠 전 사고도 바로 위 지점이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운전자의 무리한 추월을 탓해야 하겠지만, 도로의 불합리한 폭 조절과 회전이 항시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곳의 도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바로 고침이 현명하다.

이제 다시 관광의 계절이 찾아온다. 사고 없는 거제의 도로를 보고 싶다. 성수기 전에 불합리한 도로를 바로잡아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안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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