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국민건강보험공단 통영·고성 지사장

작년 가을부터 불어닥친 세계적 경제위기로 온 세상이 어둡다.
길을 걸어도 사람들의 표정이 즐거움보다는 다소 긴장되고 침울한 구석들이 많아 보인다. 예전보다 수입이 줄지 않았는데도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지역사회도 조선수주량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앞으로 3~4년 남은 일감들을 다 처리하고 나면 지역경제가 어찌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불황과 관계없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사람도 괜히 불안해지면서 자기도 모르는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경제가 하루 이틀만에 금방 회복되어지는 것도 아니고 각종 경제지표 또한 들쭉날쭉하는 시점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불황스트레스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최상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여기서 우리가 손쉽게 접할 수 있고 조금만 생각을 달리하면 기분좋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계절을 맘껏 즐기자. 나는 인생의 의미를 알만한 나이가 되면서 사계절의 변화가 주는 말할 수 없는 신비감에 흠뻑 빠져들곤 한다. 그 계절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어김없이 다른 계절이 다가온다. 춘하추동이 뚜렷한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무한한 행복으로 여기면서 살고 있다.
바야흐로 봄이다. 산에 가면 겨우내 앙상한 가지에서 새파란 잎새들이 세상빛을 보느라고 아우성이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돋아나는 새잎들의 속삭임을 들으면서 생명의 신비감, 생동감을 느껴보면 나도 모르게 온 몸이 뜨거워져 온다. 또한 봄에는 각종 영양분이 풍부한 봄나물을 맛보면서 잃었던 입맛도 되살리고 움츠렸던 기운을 되살려 보는 것도 스트레스를 이기는 한 방편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매년 이쯤이면 몇몇 지인들과 함께 숭어찜을 즐긴다. 산나물을 뜯기가 어려워 음식점에서 쉽게 취급은 안하지만 우리가 직접 산에 올라가 각종 산나물을 채취해서 살이 오를대로 오른 통통한 봄숭어와 함께 조리해서 먹으면 입안 가득 느껴지는 각종 산나물의 오묘한 향기는 가히 일품이다. 돈이 주는 행복도 무시할 수 없지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또한 직접 느끼면서 생활하다 보면 삶의 희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스트레스여 안녕이다.

다음은 우리가 일상에서 조금만 신경써서 습관화하면 인체내의 나쁜 독소나 스트레스를 언제든 제거해서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 방법이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안전한 먹거리를 선택해서 음식물을 통해서 들어오는 독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체질에 맞는 음식, 무농약, 유기농 등 인공첨가물이 없는 재료를 선택하고 소식을 권한다. 과식으로 인한 고통을 겪어본 사람은 소식의 의미를 알 것이다. 나도 실천하려고 무척 노력하는데 음식욕심이 많아 맛있게 먹다보면 나도 모르게 과식하게 된다.

스트레칭도 생활화해보자. 척추, 골반, 고관절 등 몸의 중심이 뒤틀리면 독소를 체외로 배출하는 기능이 떨어져 노폐물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매일 매일 어떤 장소에서든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서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일주일에 2~3회정도 반신욕을 통해서 체내에 축척된 독소나 콜레스트롤 등 지방분을 제거하면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된다. 물론 자신의 체력에 맞는 저강도의 유산소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매일 수분섭취를 충분히 해서 세포안의 노폐물이나 독소를 소변이나 대변, 땀과 함께 밖으로 내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면 한결 기분 좋아지고 원기가 솟구치면서 여러가지 스트레스를 확실히 극복하는 것은 물론, 건강증진효과도 있을 것이다.

가정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된 책임으로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가족들과 마음을 터놓는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IMF때 필자도 지독한 고통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 어려운 사람들을 순수한 마음에서 도와주려 한 것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고 말았다. 그때 옆에서 같이 인내하면서 꿋꿋하게 지켜준 것이 나의 가족이었고 그 힘으로 지금껏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산은 항상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달았으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공간이 되었다. 문명과 경제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각박해져 가는 느낌이다. 항상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내가 가진 행복은 보지 못하고 남이 가진 것만 크게 보인다. 그러다보니 충분한 의식주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스트레스를 생산하는 사람들이다. 행복은 분명 만족에 있다고 했다. 비록 가진 것은 넉넉하지 못하지만 많이 베풀면서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불황이다. 모두가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 함께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이다. 이럴 때일수록 반드시 물질이 아니라도 많이 베풀고 서로 배려하고 감싸안으면서 그리고 철저한 자기관리로 행복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경제불황 스트레스를 이기는 현명한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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