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주 /변호사(김&구 법률사무소)

지난 일요일 아침에 자네가 일하고 있는 YTN의 뉴스를 보다 자네가 긴급체포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네.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아내와 등산을 가려고 준비하던 중 애기들이 보는 앞에서 강제연행 되었다지. 당시의 자네 마음이 천리 먼 곳에 있는 나에게도 전해지는 듯 하네. 화면에서 경찰에 연행되는 자네의 모습을 보면서 젊은 시절 공정한 언론이 어떤 것이고, 참된 언론인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 고민했던 자네의 모습이 떠올랐다네.

조 기자! 22년전 전두환의 군사독재가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던 그 시절 나의 두 해 후배로 청운의 꿈을 안고 새내기 대학생으로 선배들 앞에 인사를 하던 자네가 지금도 생각나네. 유난히도 깡마르고 창백할 정도로 하얀 얼굴의 자네였지. 말수는 적었지만, 항상 시대의 아픔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었고, 막걸리잔에는 사람의 냄새를 담아 선후배들에게 건네던 자네였지. 아이러니 하게도 자네나 내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다니던 그 대학의 선배들인 대통령과 자네 회사의 사장이 자네를 체포하고, 해고시킨 꼴이 되었네.

내가 2003년에 서울에 법률사무소를 열었을 때 자네가 YTN노동조합의 자문을 의뢰했던 것이 기억나네. 별 도움도 주지 못하고 나는 고향으로 내려왔고, 자네의 얼굴은 뉴스를 전하는 기자로만 봐왔다네. 정권이 바뀌자마자 현정권의 방송장악음모는 YTN을 비롯한 모든 방송국에서 현실로 나타났고, 언론인들은 언론민주화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위해 맞섰지. 자네는 그 현장에서 세 달에 가까운 시간을 저항했고, 결국 해고되었고, 지금은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상황을 맞고 있지. 아마도 이 정권은 언론의 민주화나 방송의 공정성을 사치품쯤으로 여기고, 정권유지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모양이네. 역사의 시계가 20여년전으로 되돌려진 듯 하네.

자네를 해고시킨 구본홍 ‘낙하산’사장은 이제 자신들의 학교동기를 비롯하여 측근들을 이사로 선임하여 방송국을 사조직 운영하듯 하면서 호텔비, 식비, 용역비로 이전 해의 10배가 넘는 돈을 지출했다지. 그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로 10억원의 손실을 입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항의와 퇴진압박을 받았다지.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항의한 자네와 자네의 동료 3명을 업무방해로 고소하였다지.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딱 이 상황이구만!

세월 탓인지 자네도 이제 배가 나오고 얼굴은 마음만큼이나 검게 타 보였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동료들이 더 해고되고 구속될지 모르는 상황이 자네 앞에 펼쳐 질 것을 생각하니 선배로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네. 밥벌이에 전전긍긍하며 헛된 말로 변론이랍시고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싶어 자괴감마저 느낀다네. 자네와 같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고, 그러한 능력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 지면을 빌어 잡문(雜文)으로라도 응원하는 것뿐이네.

우리가 20여년전에 젊음을 받쳐 이루고자 했던 가치! 그 민주적 가치가 가장 꽃피워야할 언론마저 정권홍보의 나팔수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네. 두렵고 힘든 시간이 자네의 몸과 마음을 옥죄어 오겠지만 의연히 이겨낼 것이라 믿네.

이 사람! 조 기자! 건강하게! 건강해야 자네가 이루고자 하는 언론의 민주화도 이룰 수 있고, 방송의 독립도 공공성도 확보할 수 있다네. 조만간 옛날 이야기 하며 막걸리 한 잔 하세. 후덕한 주인장이 그릇 가득 담아주는 깍두기와 자네의 영웅담을 안주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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