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석 /거제 옥포고 교장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삶이 이루어지는 생활속에서 나의 가치만큼 타인의 가치도 인정해야 하는 사회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정책도 그런 면에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논어의 공자님 말씀에 불천노(不遷怒)란 말이 있다. 즉, 군자는 자기의 불만이나 분노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세상일이 복잡해지고 다들 번거로운 생활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오늘의 사회에 분노나 불만족의 인내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필자도 어찌보면 인내심 한계를 지키기 어려워 쉽게 이런 불천노(不遷怒)를 논할 자격도 없는 것 같아서 글 쓰는 자체가 무거울 따름이다. 그러나 요즘은 모두들 참고 사는 기준이 자꾸만 낮추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함께 되새겨 보자는 뜻이다. 더욱이 학교현장에서도 우리 아이들이 그런 모습을 점차 많이 보이고 있다. 참지 못하고 선생님께 덤벼든다든지, 나쁜 행동인 줄 뻔히 알면서도 자기를 합리화 시켜 교권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다.

요즘 매스컴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7명의 여성을 살인한 희대의 살인마 강호순 사건이며,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노인과 부녀자 21명을 살해하고 시체를 11구로 토막내 암매장한 유영철, 2004년부터 2년간 25건의 강도·상해를 비롯하여 13명을 숨지게 하고 20명에 중상을 입힌 정남규 사건, 지존파 사건 등 자기의 불만에 대한 표출을 인명 경시로 흘러 사회불안을 몰고 왔다. 연쇄살인범은 아니지만 일시적인 충동으로 70대 노인이 1회성 라이터 한방으로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에 192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사건, 지난 해 2월 10일에는 600년 동안 외침과 전쟁 등의 숱한 역사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 겨레의 위용을 상징하던 국보 1호 숭례문을 순식간에 없앤 사건 등은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을 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국가 사회적 손실과 사회 불안을 가져다 주었다.

불만 표출의 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중국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개 위력이 미국 뉴욕에서 허리케인을 만든다는 ‘카오스(Chaos) 현상’처럼 우리 사회를 복잡하고 혼란스런 현상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거제에서도 몇 일전 새벽에 한 식당에서 인내심 부족으로 살인 난투극이 벌어져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요즘 인터넷 속에서 유행하는 ‘사이코 패스 테스트’ 때문에 어느 가정에서는 말다툼까지 번지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테스트 항목에 ‘거짓말을 잘한다’, ‘자기 중심적인 이기적인 성격’ 등이 들어있는데 성장과정 중에서도 결함이 있었겠지만 모두가 성격적으로 보면 자본을 중시하는 물질 중심사회로의 급격한 사회풍토 변화 등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인간적인 사회적 분위기, 여성에 대한 적개심, 전통가치를 무시한 자기중심적인 사회 등이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인을 키워낸 것이다.

필자도 교육하는 현장에서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는데, 우리 한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가정을 통해서 사회과정을 거치는 가정주의적 사회인데 반해 요즘 가정역할이 축소되고 사회화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큰 원인이 있는 것이다. 이기적인 면에서 자기의 불만이나 분노를 남에게 전가해서 자기의 만족을 얻으려는 사회풍조 때문이다. 공자의 불천노(不遷怒) 말씀이 무척 새롭게 되새기는 세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불천노 인내심 수준은 보통인이 참을 수 없는 분노나 불만족을 내가 참는다면 그야말로 인격자요 군자이지만, 남들이 참는 것을 나도 참아야 하는 세상이 평범한 세상이라면 남이 참는데 자기 혼자만이 참지 못한다면 ‘사이코 패스’로 반사회적 장애인으로 변해 가는 길일 것이다. 가정교육은 물론 사회교육에도 공자님의 불천노(不遷怒) 가르침을 되새길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더 한층 필요한 시기이다.

사람은 자기를 위해 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는가? 이것은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이 쉽고 또 얼마나 편하고 행복한 삶인가를 쉘 실버타인이 지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진정한 행복은 남을 위한 자기희생 속에서 가능하다는 진리를 우리 아이들에게도 열심히 터득시키겠지만 정책적인 사회교육이나 가정에서의 교육에서도 자기중심적인 교육을 벗어나 공자님의 불천노(不遷怒) 가르침을 다시 한번 깨달아서 인간이 사는 사회가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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