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오 /본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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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4일 로마에서 열린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회의가 끝난 직후 니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일본 재무상이 기자회견에서 술에 취해 해롱거리며 횡설수설하는 추태를 보였던 사실이 전세계에 TV로 보도되면서 여론의 거센 비난으로 그는 일본 귀국직후 사퇴하게 됐고 일본 여당인 자민당의 뿌리가 흔들렸습니다.
명색이 선진국의 각료가 국제회의에서 벌였던 이같은 작태의 원인은 그 전날 마신 술이 아직 깨지 않은 ‘작취미성(昨醉未醒)’이었다지만 공인으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일본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이었습니다. 나카가와 재무상은 ‘과음추태’로 정치적 생명까지 잃은 것입니다.
한국의 ‘폭탄주 술 문화’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아주 놀라운 세계 제일’이라고 말합니다.
나라마다 독특한 술 문화가 있지만 독한 술을 섞어서, 그것도 단숨에 마시는 ‘폭탄주’는 세계적으로 유일하다고 합니다.

S형!
폭탄주는 80년대 정치인과 법조인들 사이에서 단합을 강조하며 일체감을 갖기 위해 시작됐다는 게 정설로 되어 있습니다.
직장인들이라면 저녁 회식 자리에서 한번쯤 접해봤을 ‘폭탄주 문화’는 2000년대 들어서도 ‘익숙한 사회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화합과 친목을 다지기에 적당하다는 찬성론도 있지만 술잔을 돌리는 비위생적 강압(?) 문화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 폭탄주 문화는 90년대부터 대학가로 번지면서 다양한 형태로 음주폐해가 반복되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매년 3월이면 신입생 환영회, 개강 총회, 선후배 상견례 등 갖가지 행사 등을 통해 원하던 원치 않던 들이켜야 하는 ‘원샷(One shoot)' 술 문화가 성폭력 및 사망에 이르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학 신입생들에게는 큰 고통이 될 뿐만 아니라 학업성취 및 건강한 대학생활의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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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에 있는 인제대학교에서는 새 학기부터 ‘음주폐해 예방과목’을 신설하고 신입생들에게 의무 수강케 해 봉사학점 2학점도 부여하기로 했다고 지난 2일 밝혔습니다. 인제대는 이를 위해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와 공동으로 교과목을 개발하였다고 합니다.
대학가에서 ‘관례로 통용’되던 무분별한 ‘과음과 폭음’은 대학생들의 패기와 자랑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생산성 손실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와 대학이 문제해결을 방관해온 대표적인 ‘인재(人災) 중의 하나’라는 인식에서 인제대는 대학생의 음주폐해에 대해 발 벗고 나서게 됐다는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인제대는 학내에 주류회사 광고금지는 물론 기숙사 내에서의 음주 및 매점에서 주류 판매의 금지를 학칙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S형!
보도에 따르면 SK에너지 울산공장 사원들은 저녁 회식땐 좌장의 건배사가 끝나면 ’위하여‘ 대신 ‘5-NO'와 ’112‘구호를 외친다고 합니다.
‘5, NO’란 강제로 과음을 부추기는 다섯가지를 하지 말자는 다짐, 즉 ▲원샷 ▲잔 돌리기 ▲강권 ▲폭탄주 ▲2차를 말자는 것이고 ‘112’는 ▲1가지 술로 ▲1차에서 끝내되 ▲2시간 이내로 마치자는 다짐이라고 합니다.
그 성과는 술자리가 싫다며 빠지는 사람이 없어져 100% 참석으로 바뀌었지만 회식비가 훨씬 절감됐고, 회식 자리는 유머와 재치 넘치는 화젯거리가 많아져 아주 ‘생산적인 근무의 연장’이 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1차만 하니까 이튿날 사원들 얼굴 색깔부터가 달라지더라”는 게 관리자의 자랑입니다.

서울 성북구에서는 지난해 11월 1일 ‘절주(節酒)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 공포한데 이어 지난 1월 30일 성북구 관내 안암동 범바위 어린이공원 등 21개 근린공원을 ‘금연·금주 청정공원’으로 선포한 바 있습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은 지난달 24일 성북구청장에게 시책 격려 서한을 보내 “간접흡연으로부터 어린이와 주민을 보호하고 공원이 흡연·음주 장소로 노출되기보다는 건강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는 뜻 깊은 계기가 됐다”고 치하했습니다.

정부부처 장관이 기초자치단체에게 시책을 격려한 이 이례적인 서한은 또 “이를 노인일자리사업과 연계하여 노인들을 공원지킴이로 위촉해 음주·흡연 행위에 대한 계도활동을 펴게 함으로써 보건과 복지의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됐다”고 감사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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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에서도 다음달 시의회 임시회에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위한 ‘절주 조례’가 발의될 것 같습니다. 이 조례 발의를 준비 중인 시의원(이행규 : 옥포1·2동, 장목면, 하청면, 연초면 선거구)은 거제의 음주 시민 비율이 68%로 경남 20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고 거제시 성인 72%가 술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된 자료가 조례 추진 배경이라고 합니다.
‘건강한 음주’문화가 거제시민사회에도 넓게 자리잡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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